‘채용비리’보다 중요한 ‘품위유지’?…與 윤리위 이준석 징계 논란 [뉴스+]

‘채용비리 유죄’는 3개월, ‘품위유지 위반’엔 6개월
윤리위 “김, 당 기여·헌신…염, 폐광지역 지원 고려”
김용태 “이준석 의혹만으로 징계…기준 애매모호”
홍준표 “김·염, 정치보복 희생양…8·15 때 사면하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18일 김성태·염동열 전 의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내린 것과 관련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채용비리’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두 사람이 ‘수사 중’인 이준석 대표보다 더 가벼운 징계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징계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판결하게 된 이유가 앞에 죽 설명돼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앞서 윤리위는 성상납 증거인멸 의혹을 받는 이 대표에게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를 확정했다.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소명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8일 국회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윤리위가 밝힌 판결 이유는

 

김성태 전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던 2012년 국정감사 기간 이석채 당시 KT 회장의 증인 채택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딸의 정규직 채용이라는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지난 2월17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김 전 의원은 상고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 캠프에서 직능총괄본부장을 맡았다가 당 안팎에서 논란이 불거지며 중도 사퇴했다.

 

염동열 전 의원은 지난 3월17일 대법원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확정받고 현재 영월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강원랜드가 있는 정선군을 지역구로 뒀던 염 전 의원은 2012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강원랜드 인사팀장 등에게 압력을 넣어 교육생 선발 과정에서 지인이나 지지자 자녀 등의 부정 채용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 모두 유죄가 확정됐지만, 국민의힘 윤리위는 각각 당원권 정지 3개월이라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분을 내렸다. 이 위원장은 이같은 결정에 대해 “(김 전 의원은) 그간 당에 대한 기여와 헌신, 청탁 혹은 추천했던 다른 사람의 경우 검찰 기소가 없었던 점, 확정판결 사안과 관련해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이 있었던 점, 이후 동일한 사안에 대해 뇌물죄로 다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점 등의 사정이 있다”면서 “그러나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징계 사유를 밝혔다. 염 전 의원에 대해서도 “대법원에서 징역 1년 형이 확정됐으나 직권남용죄에 대해선 무죄판결을 받은 점, 추천인 명단에 친인척이나 전·현직 보좌진 및 여타 이해관계인이 단 한 명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점, 해당 행위가 폐광지역 자녀들에 대한 취업지원의 성격이 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성태 전 의원(왼쪽), 염동열 전 의원. 뉴시스

한편 윤리위는 지난 8일 이준석 대표에 대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 결정 사유에 대해 ‘품위유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들었다. 이 위원장은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이하 당원은 윤리규칙 4조 1항에 따라 당원으로서 예의를 지키고 자리에 맞게 행동하여야 하며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 근거했다”며 “이준석 당원은 김 실장이 지난 1월 대전에서 장모 씨를 만나 성상납과 관련한 사실확인서를 작성받고 7억원 상당 투자유치약속 증서를 작성해준 사실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소명했으나, 윤리위가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위 소명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징계 심의 대상이 아닌 성 상납 의혹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면서 “그간 이준석 당원의 당에 대한 기여와 공로 등을 참작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홈페이지 게시판에서는 이날 “당대표는 대선 지선 공헌하고도 의혹만으로 6개월, KT채용비리, 강원랜드 채용비리 확정 된 이들은 3개월. 이게 니들이 말하는 공정과 상식?”, “징역형 받은 2명은 당원권 정지 3개월이고, 유튜브발 (증거인멸)교사 의혹은 6개월. 어이가 없다”, “이래서 이준석 쫓아낸 겁니까”, “그저 토사구팽 이것이 전부”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대표에게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내린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당대표실 앞 모습. 공동취재사진

◆사실상 ‘무(無) 징계’…홍준표 “누가 봐도 이상한 결정”

 

당 지도부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지만, 당내에서도 윤리위 기준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19일 MBC라디오에서 “윤리위의 기준이 이준석 대표를 향해서는 아직까지 사실관계가 다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의혹만으로 6개월이라는 징계를 했다는 것이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며 “당원과 국민들께서 납득하실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이후 행보에 대해선 “수사 결과가 문제 없다는 전제 하에 본인이 (다음)전당대회에 출마할 수 있다”며 “그게 어렵다면 본인과 뜻을 함께 하는 분을 전당대회에서 도움을 드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대표가 재심 청구와 가처분 신청을 내지 않고 잠행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의 입을 통해 (자신의 뜻을) 전달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아직 이에 대해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기에 아직 고민 중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윤리위 결정은 (윤리위가) 독립기구이기 때문에 지도부로서 당부나 적절성에 대해 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윤리위가 두 사람에 대해 사실상 ‘무(無) 징계’를 내렸다는 지적도 있다. 김성태·염동열 전 의원은 유죄가 확정돼 이미 당원권을 상실했기 때문에 당원권 정지 3개월이 의미가 없는 처분이라는 것이다. 공직선거법은 1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종료되지 않은 사람은 선거권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당법에 따르면 선거권이 없는 사람은 당원의 자격이 인정되지 않는다.

국민의힘 김용태 최고위원(왼쪽), 홍준표 대구시장. 뉴시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원래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수감 기간이나 집행유예 기간에는 정당법상 당원 자격을 상실한다. 애석하지만 두 분은 그 기간 국민의힘 당원이 아니다”라며 “그런데 당원도 아닌 두 분에 대해 윤리위에서 당원권 정지라는 처분을 내리는 건 누가 봐도 이상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며 “정치보복 수사의 희생양인 두분을 사면을 해주는 것이 당 사람들의 도리임에도 불구하고, 시체에 칼질하는 잔인한 짓”이라고 덧붙였다.

 

홍 시장은 김 전 의원에 대해 “문재인 정권 초기 10일간의 목숨 건 노천 단식투쟁으로 드루킹 특검을 받아내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감옥으로 보냈다. 그 보복으로 딸의 ‘KT 특혜 채용’이라는 기상천외한 사건을 만들어 1심 무죄를 항소심에서 뒤집어 유죄를 만든 대표적인 야당 탄압 사건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했다. 염 전 의원에 대해서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비슷한 강원랜드 직원 채용 사건으로 같이 기소돼 권성동 의원은 무죄를 받았으나, 염 전 의원은 사법대응 미숙으로 유죄선고를 받고 지금 영월교도소에 수감돼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