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6차 유행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하면서 정부가 일주일 만에 대책을 추가로 내놓았다. 9월 중순 20만명을 예상하고 대책을 마련했는데, 8월 말 최대 28만명으로 시기는 당겨지고 감염 예상규모는 더 커져서다. 정부는 병상 1400여개 동원 행정명령을 내리고,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를 확대하는 한편 요양병원·시설 대면 면회는 중단하기로 했다.
◆병상 4000여개 확충… 요양병원 방역 강화
2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정부는 하루 확진자 30만명 발생에 대응할 수 있도록 코로나19 병상 4000여개를 추가로 확보하기로 했다. 현재 정부가 확보한 병상은 5699개, 가동률은 25.3%로, 하루 15만명 발생까지 대응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축소했던 코로나19 검사 인프라도 일부 복원한다. 정부는 임시선별검사소를 수도권에 55개, 비수도권에 15개 설치·운영하기로 했다. 임시선별검사소는 한때 218개까지 운영됐으나 지금은 4개뿐이다. 선별진료소·임시선별검사소의 평일 운영 시간을 연장하고, 주말 운영도 늘리기로 했다.
자가검사키트는 의료기기판매업 신고를 9월까지 한시 면제해 이날부터 모든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자가검사키트 재고량은 4284만명분, 주간 생산가능량은 4790만명분으로 물량은 충분하다.
정부는 검사부터 처방, 확진자 대면진료까지 가능한 원스톱진료기관은 현재 6492개에서 이달 말까지 1만개로 늘리고, 코로나19 치료제는 하반기 34만명분, 내년 상반기 60만명분을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BA.2.75 등 신규 변이 감시를 위해 분석기관은 63개에서 105개로 늘린다.
◆“충분한 중환자 병상 확보 중요… 국민 설득에도 힘써야”
전문가들은 6차 유행에 대비해 중환자 병상 확보와 요양병원·시설 감염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확진자 증가가 앞당겨지고 있는 만큼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병상의 경우 기존 환자 이동과 음압시설 설치, 인력 배치 등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환자 병상 숫자를 정해놓기보다는 앞으로 중환자 병상이 얼마나 필요한지 지속적으로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면서 준비해야 한다”며 “추정하는 숫자보다 10~20%는 여유 있게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시설은 코로나19 감시를 더 확대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체질 개선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개별적인 대책도 중요하지만, 큰 틀에서 반복되는 감염병 위기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한 시설 투자와 인력 교육, 경영 관리 개선 등 종합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 기조가 ‘자율방역’에 맞춰진 만큼 국민 설득에도 힘써야 한다는 주문이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양하고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증상이 있으면 검사받기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접종률은 낮고, 검사를 꺼리는 ‘숨은 감염자’도 적지 않을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 접종이든, 검사든 정부 설명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아 참여율이 저조하다”며 “백신의 경우 정부가 솔직하게 ‘4차 접종까지 하게 될 줄 몰랐다’고 양해를 구하고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백신 접종 부작용에 대해 누적된 불만도 해소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19 검사는 국민의 위험에 대한 인지가 중요하다”며 “국민의 경각심을 높이고, 고위험군이 검사받기 용의한 환경을 마련해야 검사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