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 재학생 성폭행 사망 피해자를 향한 도 넘은 2차 가해가 문제시되고 있다.
특히 익명성이 보장된 온라인을 중심으로 피해자와 재학생에 대한 명예 훼손뿐 아니라 개인정보 유출·도용, 악성 루머 등이 나돌고 있다.
인하대 측은 문제가 심각해지자 강력대응을 시사하며 위법 행위가 발견되면 즉시 민·형사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2차 가해는 익명이 보장된 커뮤니티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인하대 커뮤니티에서도 피해자를 향한 심각한 2차 가해가 발생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해당 커뮤니티에는 “밤늦은 시간 여자가 왜 혼자 돌아 다니냐”, “피해 여학생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이 부럽다” 등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글들이 게재돼 있다.
A씨는 지난 15일 새벽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 내 5층짜리 단과대학 건물에서 지인인 20대 여성 B씨를 성폭행한 뒤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B씨가 3층 복도 창문에서 1층으로 추락하자 B씨의 옷을 다른 장소에 버리고 자취방으로 달아났는데 피해자의 나체 모습을 본 최초 발견자가 부럽다는 것이다. 과연 상식적인 생각해서 나올 수 있는 말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또 피해 여학생의 행실을 지적하며 “여자는 OO해야”라는 성차별 발언도 서슴지 않는 모습이다.
이에 해당 글을 본 누리꾼들도 문제를 지적하며 삭제를 요구하기도 했지만, 다른 일부는 되레 동조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인하대 측은 이처럼 피해자와 재학생에 대한 명예 훼손이 날로 심각해지자 추가 피해에 대처하기 위해 로펌(법무법인)을 20일 선임했다.
학교 측은 추후 교내 감사팀과 사이버대응팀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고 위법 행위가 발견되면 즉시 민·형사상 대응에 나서는 한편 가해 남학생을 상대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인하대는 학칙 제50조 징계 규정에 따라 준강간치사 혐의로 구속된 1학년생 A(20)씨의 징계를 해당 대학장에게 의뢰했는데 퇴학 조치가 가장 유력하다. 늦어도 다음 달 중순쯤 A씨에 대한 징계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퇴학 조치는 A씨가 소속된 대학 상벌위원회 심의와 학장 제청을 거쳐 학생상벌위원회가 의결하고 총장이 처분하도록 돼 있다. 만약 징계로 퇴학당하면 재입학을 할 수 없다.
인하대 관계자는 “현재 심의 일정이 잡힌 상태”라며 “규정상 당사자의 소명 절차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서면 등 심의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 후 일부에서 성폭력 문제 아닌 성별 갈등으로 번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대해 여성단체는 “성별 갈등이 아닌 성폭력 문제 해결의 새로운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바른인권여성연합(상임대표 이봉화)은 지난 18일 입장문을 내고 “이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들은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사건과 연관시키며 남성과 여성을 또 갈라치기하려는 냄새를 풍기고 있으며, 여초 커뮤니티에서는 여성혐오범죄 근절이라는 주장을 앞세워 여성가족부 존치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여성가족부와 기존 여성단체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여성을 피해자로, 남성을 가해자로 규정한 특정 프레임으로 성폭력 문제를 보는 편협한 시각은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성별 갈등을 부추겨왔고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 확대하는 일에 이용해 왔다”고 일갈했다.
이어 “성폭력 문제의 원인을 오로지 남성성에 두고, 남성성 자체를 죄악시하고 이를 억제함으로써 해결하려는 방식은 모든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치부하여, 성별 간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며 “남성성이나 여성성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여성 혐오 범죄사건이 아니다”라며 “학문의 전당이어야 할 캠퍼스 내에서 새벽 시간 자유롭게 통행하며, CCTV가 없는 지역에서 술에 취한 여성이 무참히 성폭행 후 죽임당한 끔찍한 성범죄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우리 사회는 이러한 범죄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원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본질적 문제점에 접근하여야 한다”며 “이 사건이 갈등과 논쟁의 씨앗이 아닌 문제의 해결의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