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식신’
영화 ‘식신’은 제목 그대로 음식의 신, 식신에 대한 영화로 주성치 영화의 B급 코미디 감성이 물씬 느껴진다. 주성치 영화 특유의 위트와 스토리 그리고 어이없는 감동까지 느낄 수 있는 홍콩 영화이다. 1996년 개봉한 식신은 그 당시 비디오테이프로 빌려 볼 수가 있었는데 10대 초반의 어린 내게 요리사에 대한 흥미를 물씬 느낄 수 있게 해준 영화였다. 주성치와 항상 함께 영화에 등장하는 오맹달, 막문위 같은 홍콩의 배우들은 마치 꾸준히 흥행하는 아침 드라마의 주연들처럼 말이 통하지 않는 다른 나라 배우들임에도 불구하고 친근하고 익숙하게 다가왔다.
#요리 명장의 마지막 요리 ‘암연소혼반’
소림사에서 목숨을 걸어가며 요리를 배워왔지만 상대의 권모술수에 대항하기엔 부족하다. 악당과의 요리대결 중 맛있는 냄새 때문에 스님도 담벼락을 넘는다는 불도장을 이기기 위해 매수당한 심사위원에게 해준 요리가 바로 ‘암연소혼반’이다. 이름은 아주 그럴듯한데 모양은 돼지고기 덮밥이다. 주성치가 식신에서 물러나 뒷골목에서 쓰러져 있을 때 그를 유일하게 도와준 길거리 요리사가 해준 덮밥은 그 어떤 최고급 요리보다 그의 마음속 깊이 새겨 있다. 코미디 판타지 영화답게 왼손의 장풍으로 밥을 짓고 오른손에서 나오는 화염으로 계란 프라이를 하는데 정갈하게 담은 그 덮밥 한 그릇이 아직도 내가 추구하고 바라보는 궁극적인 요리의 이상향이 아닐까 싶다. 아, 물론 장풍을 쓰는 것은 빼고 말이다.
#돼지고기 덮밥
주성치가 막문위를 생각하며 만든 ‘암연소혼반’은 홍콩 어디에서도 보기 쉬운 ‘돼지고기조림 덮밥’이다. 광동요리 중 하나인 차사우를 밥 위에 올린 대중적이고 또 어디에서도 맛에 크게 실패하지 않는 요리 중 하나이다. 2년마다 열리는 홍콩 요리대회에 총 4번 정도 출전했는데 그때마다 홍콩의 미식을 즐기며 항상 챙겨 먹던 것이 이 차사우 덮밥이다.
중국 문화권에서는 닭이나 돼지 같은 육류를 간장 양념에 절이거나 발라 갈고리에 꿰어 오랫동안 구운 요리를 차사오라고 하는데 우리가 흔히 많이 들어본 일본 라멘에 올라가는 고기 고명인 ‘차슈’와 기원은 같다. 이를 밥 위에 올려 데치거나 볶은 야채를 함께 올려 주는데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의 균형이 잘 잡혀 있어 한 그릇만 먹어도 속이 든든하다. 덮밥을 먹는 방식이 그렇듯 빠르고 쉽게 먹을 수 있으며 상을 크게 차릴 필요 없이 그릇만 들고 식사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역사가 깊은 패스트푸드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옛날 잠깐의 시간도 아까웠던 노동자들이 즐길 수밖에 없는 미식 아니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