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노선 강화로 인한 중국의 반발과 관련해 “중국이 오해하지 않도록 우리가 사전에 설명을 잘하고 (오해를) 풀어갈 수 있도록 적극적 외교를 하라”고 주문했다. 최근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한국의 동참을 견제하고 있는 중국 측 반응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21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이같이 말했다고 박 장관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이날 업무보고에서는 “공급망 변화에 따라 한국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도 들어가고 ‘Fab4’(칩4 동맹) 이야기도 나오지만 이건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이 국익 확대 과정에서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는 취지의 논의가 있었다고 박 장관은 부연했다.
중국 정부는 이른바 ‘칩4 동맹’(미국·한국·대만·일본의 반도체 공급망 동맹)에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날 수줴팅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포용성과 개방성을 유지해야지 타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며 한국을 견제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이날 사설에서 지난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1280억달러) 중 중국·홍콩의 비중이 60%임을 거론하면서 “이렇게 큰 시장과 단절하는 것은 상업적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한국은 미국 위협에 맞서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구상하는 칩4의 한국 참여 가능성에 대해 “아직 칩4 구성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가입할 때와 안 할 때의 득실을 잘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미·중 전략경쟁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과 맞물려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경제외교가 가장 중요하다“며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면 어디든 찾아가겠다”고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 본인부터 경제외교 선봉에 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지난 18∼20일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했던 박 장관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배상 문제와 관련해 일본 측과 논의한 내용을 비롯해 한·일관계 복원 방안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에게 상세하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오늘도 말했지만 한·일관계 개선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한·일이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그러한 신뢰 관계를 앞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