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표 부촌(富村) 강남구에서는 4년 만에 보수진영 구청장이 권력 탈환에 성공했다. 조성명 신임 구청장은 강남 최대 현안인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앞세워 70.4%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구민의 지지를 받았다. 그는 21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강남에는 30년 이상 지난 노후 아파트가 많아 정비사업이 시급하다”며 “집권여당 소속이라는 점을 적극 활용해 조속한 사업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강남구에는 이달 기준 재건축 51곳, 리모델링 8곳, 소규모 정비사업 23곳, 전통시장 3곳 등 총 85곳의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중 압구정 지구 및 경남·우성3차·현대1차 등 개포동 3개 단지에서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조 구청장은 “그동안 강남구는 집값 안정화라는 명목 아래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재건축이 원활히 추진되지 못했다”며 “주민의 안전과 주거복지를 위해서라도 어디든 재건축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서울시와 정례대화 통로를 열어 재건축 사업이 정체된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압구정 단지 등의 사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조 구청장은 그 과정에서 구민, 전문가, 구청이 참여하는 ‘재건축 드림 지원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자료제공과 법적검토 지원, 주민의견 수렴 등이 한번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해법을 내놨다. 그는 “주민들께서 원하는 방향으로 재건축이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강남구가 뒷받침하겠다”고 자신했다.
압구정·청담·개포·대치동은 이른바 콤팩트시티로 개발할 계획이다. 대중교통 인프라가 집중된 역세권이라는 점을 살려 주거와 비주거 기능이 결합된 입체적인 복합개발을 하겠다는 의미다. 조 구청장은 “강남구는 거의 모든 지역이 역세권이기 때문에 콤팩트시티를 구현하는 데 이점이 있다”며 “현재 강남형 역세권 활성화를 위한 도시관리 방안을 마련하고자 관련 용역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개발 방향을 두고 서울시와 갈등을 빚어 온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부지에 대해서는 양측이 함께 TF를 구성해 연내 개발 구상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조 구청장은 “삼성동에서 진행되고 있는 영동대로복합개발과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등에 맞춰 강남의 특성에 맞는 복합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단지로 개발해야 한다는 큰 방향은 변함이 없다”며 “이런 점을 서울시에도 충분히 이해시키겠다”고 설명했다.
강남구는 서울 최고 부촌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초생활수급자 수가 25개 자치구 중 12위일 정도로 빈부격차가 큰 곳이기도 하다. 임대주택 수는 서울에서 3번째로 많다. 조 구청장은 “타워팰리스에서 달터마을, 수정마을, 구룡마을 쪽을 바라보면 양쪽이 극과 극인 것이 명확히 보인다”며 “나눔의 사회적 가치를 선도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실천될 수 있도록 조직개편 등을 통해 강남복지재단의 기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 구청장은 충남 당진에서 태어났지만 약 50년을 강남구에 살며 구의회 의장을 지낸 지역 정치인이다. 도곡동에서 유통업으로 성공한 자산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사업을 하면서 항상 강조했던 점은 직원이 곧 자산이라는 것”이라며 “구청 직원들에 일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 주고 그 영향이 주민의 행복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웃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