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가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고, 연말과 내년에는 더 힘들어질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약식 회견)만 하기보다 정식 기자회견을 열어야 할 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외환위기 때 울먹이며 호소했듯, 윤 대통령도 정부부터 허리띠를 맬 테니 국민들께서도 협조해 달라고 절박하게 호소해야 한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지난 22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국민들은 이 정부가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기다리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고물가·고환율·고유가 등 경제위기 상황과 관련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은 사령관이 현 사태의 엄중함을 직시하고 해법을 밝히며 국민들께 고통 분담을 해 달라고 설득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유력한 당권 주자로 꼽히는 안 의원은 본인의 당대표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다른 고민할 때가 아니다. 국민과 윤 정부와 당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전당대회가 열리면) 그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으로서 이번 인수위의 성과를 꼽는다면.
“시대과제를 먼저 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정과제를 만든 점이 과거 인수위들과 다른 점이다. 보통 인수위에선 대선 공약을 바탕으로 국정과제를 세운다. 7가지 시대과제는 제 소신이 있어서 직접 정리했다. 또 이번 인수위는 가장 국민적 논란을 일으키지 않은 인수위였다. 이전 인수위에선 인수위원들의 개인 인터뷰가 논란이 된 일들이 예외 없이 발생했다. 저는 인수위 첫 전체회의에서 결론 나지 않은 상황에 대해 인터뷰를 하면 본보기로 (인수위원직에서) 해촉한다고 했다. 해촉하려고 기다렸는데 끝까지 한 번의 인터뷰도 나오지 않은 유일한 인수위가 됐다.”
-인수위가 선정한 7가지 시대과제 중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면.
“지역균형발전을 (시대과제로) 강조한 이유는 우리나라를 소멸위기로까지 몰아붙이는 가장 심각한 문제가 저출생·고령화이기 때문이다. 저출생·고령화가 만혼, 미혼 때문이라고들 많이 이야기하는데 지역 불균형 발전 문제가 더 근본적이다. 지역에 직장이 없어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가니 지역은 고령화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수도권에 좋은 직장은 적고, 집값이 높으니 청년들이 결혼을 못 해 저출생 현상이 나타난다. 전국 평균 출생률이 0.8이라면, 서울은 0.6∼0.7인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인수위에서 정한 시대정신들에 비춰 윤석열정부를 평가한다면.
“제가 그림을 그려서 (현 정부에) 드리지 않았나. 그대로 실행되는 부분도 있지만, 안 된 것들도 있다. 각 부처 장관이 있으니 구체적으로 무엇이라고 하진 않겠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그대로 실행되지 않은 부분은 원안보다 좋은 결과를 얻진 못했다. 이 점이 조금 아쉽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이 호평도 받지만 단점도 지적된다.
“도어스테핑은 (역대 대통령 중) 처음 하는 시도인 만큼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도어스테핑만 하기보다 (지금은) 대통령 정식 기자회견을 열어야 한다.”
-기자회견에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하나.
“우선 문재인정부로부터 물려받은 것들을 정확히 알려드려야 한다. (지난 5년 동안) 빚이 얼마나 늘었고, 필요한 개혁들 중 어떤 것들을 안 했는지 등이다. 그리고 경제위기가 몰려오는데 빠른 시기 안에 끝나진 않을 것이고, 앞으로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려야 한다. 그렇지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고, 앞으로 무엇으로 나라를 발전시킬 것인지 미래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여권이 최근 연금·노동·교육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3가지의 필요성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공감대가) 여기까지 올라오는 게 굉장히 힘들다.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다. 연금개혁의 경우 정부에서 안을 만들어 국민에게 동의를 받는 방법은 굉장히 위험하다. 이해관계가 복잡해져서 제대로 안 될 것이다. 제가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구성하자고 말씀드린 이유다. 청년과 같은 이해당사자들을 전부 포함시킨 대타협 기구에서 각자가 생각하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노동개혁의 경우는.
“공권력이 바로 서고, 법을 제대로 집행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본이 안 돼 있는데 개혁한다고 해서 지켜지겠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부터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해야 한다. 물러서면 안 된다. 법 앞에서 만인이 평등한데, 힘 있다고 봐주고 힘없다고 봐주나. 힘없는 사람들은 목소리도 못 낸다. 문재인정부 노동정책은 상위 10%에 해당하는 기득권 노동자들을 위한 노동정책이었다. 전체의 80%인 비정규직 노동자와 청년 실업자들은 피해를 봤다. 법을 집행한 후 이 사람들을 대변하는 노동개혁을 해야 한다.”
-교육개혁에 대한 구상은.
“지금의 교육 시스템은 20세기 산업화 시대에 머물러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현 직업의 40%가 없어진다고 한다. 이에 적응하기 위해선 총체적인 교육개혁을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1951년 학제인 6·3·3·4 학제를 바꿔야 한다. 빠른 시일 내 유보통합을 해 만 3세 때 유아학교 2년을 보내고, 만 5세 때 5년짜리 초등학교에 보내야 한다. 만 10세 때 지금의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합한 중등학교에 들어가고, 대학교를 지금보다 2년 빨리 입학하게 해야 한다. 평생교육 시스템도 정착시켜야 한다. 미국은 나이 든 사람들도 퇴근 후나 주말에 공부해서 다른 직업으로 바꾼다. 우리 아이들은 100세까지 사는, 직업이 3개는 필요한 시대에 살 것이다.”
-국민들이 새 정부의 과학적 방역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정무적인 판단으로 방역하지 않고, 전문가 의견에 따라서 방역하는 게 과학방역이다. 국무총리께서 그 말씀을 하셔야 하는데, 엉뚱하게 ‘자율방역’과 같은 이야기를 하니까 사람들이 헷갈린다.”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의 원인은.
“문재인정부를 거치면서 국민들이 분열된 상태였는데, (정부 출범) 20여일밖에 안 된 상황에서 6·1 지방선거가 치러지며 분열이 가속화됐다. 또 (윤 대통령 득표율인) 48% 중 절반은 (윤 대통령이) 좋아서 찍고, 절반은 좋지 않아도 정권교체를 위해 찍었는데, 정권교체를 바란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키지 못한 점이 있다. 일례로 노동개혁에서 단호한 모습을 못 보이면서 지지율이 급격히 낮아진 측면이 있지 않나 싶다.”
-여당의 혼란상도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의총에서 (직무대행 체제를) 추인했고, 이준석 대표의 거취가 확정되기 전까진 전당대회를 열 방법이 없는데,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권력투쟁으로 비치고 있다. 직무대행 체제를 흔들면 안 되고, 당권 눈치 보는 것보다 민생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 그게 다시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고, 지지율로 나타날 것이다.”
-당권 도전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직무대행 체제에 힘을 싣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아니다. 제일 처음 나온 (당대표 선호도) 여론조사를 보면 제가 제일 높게 나왔다. ‘시간을 벌면 제가 이익이다’ 이런 게 어딨나.”
-국민의힘이 극복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사실이든 아니든 기득권을 보호하는 이미지가 있다. 앞으로 정당들은 사회적인 약자를 품어 안지 못하면 국민들로부터 버림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념지향적인 정당도 버림을 받을 것이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진보에서 온 아이디어면 어떻고, 보수에서 온 아이디어면 어떻나. 최선의 해결 방법을 찾아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게 제가 10년 동안 주장한 실용정치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962년 부산 출생 ●부산고등학교, 서울대 의학과 졸업 ●안랩 이사회 의장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 ●제19·20·21대 국회의원 ●국민의당 대표 ●제18·19·20대 대선 후보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