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인 고(故) 황예진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징역 7년을 확정받았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마포 데이트폭력 사망 사건’의 가해자인 이모(32)씨 측은 지난 13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이후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형사재판은 선고일로부터 7일 이내 상소를 제기할 수 있는데, 이씨 측과 검찰이 모두 사건을 심리한 서울고법 형사6-3부(부장판사 강경표 원종찬 정총령)에 상고기한인 지난 20일까지 상고하지 않으면서 이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이씨는 지난해 7월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 황예진씨와 말다툼하던 중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오피스텔 건물 유리벽에 황씨를 강하게 밀치는 등 4차례 폭행했고, 이 과정에서 충격으로 황씨가 의식을 잃자 오피스텔 1층과 8층 등으로 끌고 다녔다. 사건 직후에는 119에 전화해 여자친구가 술을 많이 마셔 기절했고, 옮기는 과정에서 머리를 찧었다고 거짓 신고했다. 황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3주 만에 뇌저부지주막하출혈로 결국 숨졌다.
황씨 유족은 가해자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방송 등을 통해 딸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고,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려 구속수사와 신상공개, 데이트폭력가중처벌법 신설 등을 요구했다.
유족은 1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명백한 교제살인이라며 이씨에게 살인죄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씨는 “황씨의 머리를 때린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는 지속적인 폭행 관계에 있지는 않았고 감정충돌 중 우발적으로 폭행하며 상해치사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교제살인의 일반적인 유형으로, 교제를 원하지 않는 여성에 대해 보복의 의사로 계획적인 살인 범행에 이른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의 폭행과 황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면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지주막하 출혈은 외상으로 인한 것인데, 피고인이 피해자의 머리를 2회 떨어트린 것으로 발생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외부 충격은 결국 폭행 행위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씨가 황씨의 머리를 직접 가격했다고 추정할 근거는 없어 범행 수법이 잔혹했다고까지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판결 직후 유족 측은 “살인죄 적용을 안 해준 경찰과 검찰의 미온적인 태도에 굉장히 마음이 아프다”면서 "본인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사건을 진실하게 바라봐서 살인죄를 적용해 주기를 다시 한번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호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