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폴란드 수출 최대 20조 잭팟… “신중한 접근” 관측도

K-2 전차·K-9 자주포 등 계약
역대 최대 규모 무기 수출 기록

한국이 폴란드에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 역대 최대 규모로 무기를 수출한다. 전체 규모는 최대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폴란드 정부는 27일(현지시간) “K-2 980대, K-9 648문, FA-50 개량형 48대 기본계약(Framework agreement)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기본계약은 본 계약 전 단계에 해당하는 절차다.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은 체결식에서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인해 지상·공중 전력 공백을 채워야 했는데 기술·가격·도입시기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의 무기가 가장 적합했다”면서 “K-9 자주포의 경우 기술을 인정받고 있어 빠른 도입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브와슈차크 장관은 “우리는 이 무기들을 이미 주문했다고 말할 수 있다”며 “빨리 폴란드군을 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27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국방부 본부에서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왼쪽부터), 안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 손재일 한화디펜스 대표, 세바스찬 흐바워크 국영방산기업 PGZ 회장이 폴란드와의 FA-50 경공격기, K2전차, K9자주포 수입에 대한 기본계약(Framework Agreement)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폴란드는 1단계로 K-2 180대를 구매하고, 2단계로는 폴란드 사정에 맞게 개량한 K-2PL 800대 이상을 현지 생산 방식으로 도입한다. FA-50은 내년 중반까지 12대를 우선 들여온 후 성능이 개량된 36대를 추가로 인도받을 예정이다. K-9은 1단계로 48문이 도입된다. 이 중 일부는 우크라이나 지원 공백을 메우고자 연내 인도될 예정이다. 2024년에는 600문이 넘는 K-9의 공급이 시작되는데, 2026년부터 폴란드 현지 생산을 추진한다.

 

◆‘안보 위기’ 폴란드, K방산에 러브콜… 역대급 빅딜 눈앞

 

폴란드 정부가 27일(현지시간) 한국 측과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도입 기본계약(Framework agreement)을 체결하면서 국내 방위산업 사상 최대 규모의 수출이 현실화됐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력증강이 시급한 폴란드는 한국 무기 도입을 통해 안보 위기 해소와 자국 산업 육성을 동시에 노리는 모양새다.

 

◆폴란드, 우크라이나 지원 공백 대체·자국 산업 증진 노려

 

폴란드가 도입하겠다고 밝힌 한국산 무기는 K-2 980대, K-9 648문, FA-50 48대로 최대 20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 같은 ‘빅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안보 공백에서 비롯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폴란드는 자국이 보유 중인 러시아산 T-72 계열 전차 약 500대 중 절반 이상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K-9 차체를 이용해 자체 개발·생산한 크랩 자주포도 우크라이나로 보내고 있다. 미국에서 중고 M-1A1 전차 116대를 도입해 급한 불을 껐지만, 전력 공백을 메우기에는 부족하다. 폴란드가 한국산 무기 도입에 공을 들인 이유다. 실제로 앞서 5월 한국을 찾았던 폴란드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은 국내 방산업체를 직접 방문, 한국산 무기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한국과의 계약을 통해 폴란드는 중고 M-1A1 116대에 K-2 1단계 도입 물량 180대·K-9 1단계 도입 물량 48문을 합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따른 지상 전력 공백을 메울 수 있게 됐다. 특히 K-9은 자주포 이외에 탄약운반차와 지휘차량도 함께 판매될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는 전력증강 시너지를, 한국은 수출 부가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노후한 러시아산 SU-22를 대체할 FA-50은 폴란드 공군 F-16과 유사한 부분이 많아 폴란드 조종사들이 다루기 쉽다. 브와슈차크 장관은 “FA-50은 가볍고 F-16을 기반으로 하는 다목적 무기로 우리가 잘 적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F-16을 운행해본 조종사는 FA-50으로 연습하는 데 몇 시간이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1단계 도입분 12대 이외에 폴란드가 들여올 성능개량형 FA-50PL 36대는 한국 공군 FA-50도 갖추지 못한 중거리 공대공미사일·능동전자주사식(AESA)레이더 등을 장착할 예정이어서 폴란드 공군 전력에 상당한 보탬이 될 전망이다.

공군 소속 전투기 FA-50. 연합뉴스

폴란드는 한국산 무기를 도입하면서 자국 산업 발전도 함께 추구하고 있다. ‘바잉 파워’를 최대한 활용해 국방 연구·개발 기반을 유지하고 관련 산업을 활성화려는 의도다. 폴란드는 K-2, K-9 1단계 물량을 도입하고, 나머지 물량은 성능개량과 현지화를 거친 K-2PL, K-9PL을 들여올 방침이다. 국산 FA-50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항공정비(MRO)센터와 조종사 양성 국제비행학교를 건립하는 등 국내 방산기업들도 폴란드의 정책기조에 호응하는 모양새다.

 

◆추가 수출 가능성도… “신중한 접근” 관측도

 

폴란드 측은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19일 첫 시험비행에 성공한 KF-21은 4.5세대 전투기로서 프랑스 닷소의 라팔, 유럽 에어버스의 타이푼보다 우수하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로템이 생산하는 차륜형 장갑차를 폴란드 현지 업체에서 생산하는 것과 더불어 한국 육군이 쓰고 있는 천무 다연장로켓(MLRS)을 도입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면 K-21·레드백 보병전투차는 폴란드가 실제로 구매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K9 자주포가 연기를 내뿜으며 발포되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K-2, K-9, FA-50의 폴란드 수출 과정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가격과 기술이전 등을 놓고 양측 간 협의가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세부 계약조건이 정해지지 않아 수출 액수나 규모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방위사업청 측이 폴란드 수출과 관련, “별도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거나 하는 계획은 없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