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尹정권 전멸” 말 폭탄 도발… 전승절 연설문 속 메시지는

尹정부 출범 후 이처럼 강한 수위 비난은 처음
임을출 “향후 상당 기간 정세 더욱 악화될 수밖에”
양무진 “한미 군사 훈련 지속에 대한 직접적 반발
대통령 지지율 하락 언급은 신북풍 기도 차단한 것”

북한이 ‘전승절’이라고 칭하는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69주년을 맞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윤석열정부를 향해 가장 높은 수위의 경고를 보냈다. 김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대북 선제타격 등을 겨냥해 위험한 시도에 나설 경우 ‘전멸’할 것이라고 강하게 위협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김정은 “윤석열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

 

조선중앙통신은 28일 김 위원장이 전날 리설주 여사와 함께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탑 앞에서 열린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했다면서 전문을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남조선 정권과 군부깡패들이 군사적으로 우리와 맞서볼 궁리를 하고 그 어떤 특정한 군사적 수단과 방법에 의거해 선제적으로 우리 군사력의 일부분을 무력화시키거나 마슬수(부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천만에!”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러한 위험한 시도는 즉시 강력한 힘에 의해 응징될 것이며 윤석열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 위원장이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직접 윤석열 대통령 이름을 거론하며 이처럼 강한 수위로 비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더이상 윤석열과 그 군사깡패들이 부리는 추태와 객기를 가만히 앉아서 봐줄 수 만은 없다”며 “우리의 자위권 행사를 걸고들고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지금 같은 작태를 이어간다면 상응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직책도 생략한 채 직접 경고를 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불신과 반감, 향후 대남 대적 투쟁의 향방을 가늠케한다”며 “한·미가 대북 강경 접근 외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상당 기간 한반도 정세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윤석열정부 ‘선제타격’은 허세”

 

김 위원장은 윤석열정부를 “힘에 대한 비정상적인 과욕과신에 빠져 광기를 부리며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 실행에 앞장서는 남조선 보수정권”으로 규정하며 “역대 그 어느 보수정권도 능가하는 극악무도한 동족대결 정책과 사대매국 행위에 매달려 조선반도(한반도)의 정세를 전쟁 접경으로 끌어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자들은 ‘힘에 의한 평화’와 ‘힘에 의한 안보’를 거리낌 없이 제창하고 있으며 우리 국가의 전쟁억제력을 무력화시킬 ‘선제타격’도 불사하겠다고 허세를 부렸다”고 깎아내렸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전승절 69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강한 경계심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저들 군사력의 열세를 조금이나마 만회해보려고(…) 미국의 핵전략 장비들을 대대적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명목의 전쟁연습들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남조선 것들의 허세성 발언들과 형형색색의 추태는 핵 보유국의 턱 밑에서 살아야 하는 숙명적인 불안감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은 “(김 위원장이) 자신들의 핵·미사일 개발 등을 도발과 위협으로 (남한이) 오도하면서 합동군사연습을 지속하는 것에 대해 직접적으로 반발한 것”이라며 “새 정부 출범에도 침묵을 지키다가 공식매체를 통해서가 아닌 직접 연설을 통해 강력히 비난함으로써 대남 경고 메시지의 무게감을 부여한 것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을 향해서도 “미국과의 그 어떤 군사적 충돌에도 대처할 철저한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언한다”며 “미국이 우리 국가의 영상을 계속 훼손시키고 우리의 안전과 근본이익을 계속해 엄중히 침해하려 든다면 반드시 더 큰 불안과 위기를 감수해야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제는 동맹 강화라는 미명 하에 남조선 당국을 추동질해 자살적인 반공화국 대결로 떠밀고 있다”며 “미국은 오늘도 우리 공화국에 대한 위험한 적대행위를 그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출범식에 목을 축이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지지율 하락한 윤석열정부 간접적·우회적 언급 시도“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가장 위험한 도마 우에(위에) 올라선 대통령, 가장 큰 위험앞에 로출(노출)된 정권이라는 손가락질을 피하려면 보다 숙고하라”며 “입보다 머리를 더 굴려야 하며 때없이 우리를 걸고들지 말고 더 좋기는 아예 우리와 상대하지 않는것이 상책”이라고 말했다. 양 부총장은 이 같은 표현에 대해 “강제북송, 서해공무원 피살 등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으나 최근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대해 간접적·우회적 언급을 시도한 것”이라며 “우리를 걸고들지 말고 아예 우리와 상대하지 않는 것이 상책 등등을 언급하면서 신북풍 등의 기도를 차단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6·25전쟁 전사자 묘역인 ‘조국해방전쟁 참전열사묘’를 군 간부들과 함께 참배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공개활동은 지난 8일 노동당 각급 당위원회 조직부 당생활지도 부문간부 특별강습회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이후 19일 만이다. 정대진 한라대 교수는 이번 김 위원장의 연설을 두고 “8월 한·미 연합훈련을 앞둔 북한의 불편한 속내를 여과없이 드러냈다”며 “미국에 대한 비난은 물론 남측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윤석열과 군사깡패’로 실명 비난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김여정(노동당 부부장)과 리선권(통일전선부장), 최선희(외무상) 등이 각각 역할분담을 하여 남측과 미국에 대한 말폭탄 비난전을 펼칠 공산이 크며 김 위원장이 직접 포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