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입학’ 논란… ‘2018년∼2019년 1∼3월생’ 부모 반발

교육부, 만 5세부터 초등학교 입학 추진

한 학년 15개월 출생 단위로 끊어
2025학년도부터 4년 걸쳐 통합 고려

추진 과정서 혼란·반발 예상
과도기 대상자 거부감 우려도

교총 “유아기 아동 발달 고려 안 해”

교육부가 현재 만6세(한국 나이 8세)인 초등학교 입학 나이를 만 5세(〃 7세)로 내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초등학교 진입 시기를 1년 앞당겨 만5세부터 공교육에 편입시킨다는 것이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의 교육부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교육부는 우선 영유아(만 0∼5세) 단계에서의 국가 책임을 확대하기 위해 모든 아이가 현재보다 1년 일찍 초등학교에 가는 학제개편 방안을 본격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시행 시기와 방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교육부는 2025학년도부터 한 학년을 15개월 출생 단위로 끊어 4년에 걸쳐 만5·6세를 통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70년간 유지된 대한민국의 학제가 이르면 2025년부터는 모든 아이가 1년 일찍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교육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유보통합)하고 초등학교 진입을 현행보다 1년 앞당기는 학제 개편 방안을 포함한 새 정부 교육부 업무계획을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사진은 지난 2021년 3월 2일 한 초등학교에서 입학생이 학부모의 손을 잡고 입학식 포토존 앞으로 걸어가는 모습. 연합뉴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당장 2019년 출생아 중 1∼3월에 태어난 아이들은 만 5세, 즉 한국 나이로 7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또 2019∼2021년에 태어난 아이들까지는 몇월에 태어났는지에 따라 입학 나이가 갈리고, 올해 태어난 아이들부터 출생 월에 상관없이 모두 만 5세에 학교에 가게 된다. 즉 △2025학년도: 2018년생+ 2019년 1∼3월생 △2026학년도: 2019년 4∼12월생+ 2020년 1∼6월생 △2027학년도: 2020년 7∼12월생+ 2021년 1∼9월생 △2028학년도: 2021년 10∼12월생+ 2022년생 으로 학년이 묶이는 것이다. 2029학년도부터는 내년에 태어나는 2023학년생들만 만5세에 입학해 학제개편이 정착된다.  

 

교육부는 ’의무교육 12년’ 체계는 유지한다는 방침이어서, 만 5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은 고등학교 졸업 나이도 지금보다 한 살 빨라지게 된다. 박 부총리는 “사회적 약자나 경제적 소외가정의 아이들도 하루빨리 공교육에 들어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한다”며 “교육의 출발선부터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취학연령을 낮추자는 주장은 노무현정부 때부터 꾸준히 나왔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당겨 사회진출 시기도 빨라지면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인 파장이 큰 사안인 만큼 실제 학제개편 방안이 추진되진 못했다. 

 

이번 정부의 방안도 추진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학제개편 과도기에 만5·6세가 함께 입학하게 되는 연령대의 거부감이 클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의 현재 시나리오대로라면 2025∼2028학년에 입학하는 아이들은 만5·6세가 함께 수업을 받게 돼 학부모들의 혼란과 반발이 클 전망이다. 해당 연령대 아이들에게는 같은 해 대입을 준비하는 인원도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교육부 업무보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다만 교육부는 “현재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추세라 한 학년을 15개월씩 묶어도 한 학년 인구가 크게 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출생아는 2016년 40만6000명에서 2020년 27만2000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실제 출생아 통계를 근거로 학제개편 초등학교 입학생 규모를 추산하면 개편 첫해에는 동급생이 전년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25학년도 입학 예상 인원은 41만명(2018년 출생아 32만7000명+2019년 1∼3월 출생아 8만3000명)으로 계산되는데, 이는 전년(35만8000명·2017년 출생아)보다 5만2000명(14.5%)이나 늘어난 규모다. 그 이듬해부터는 2026학년도 36만2000명, 2027학년도 33만3000명 등으로 다시 감소한다. 즉, 2025학년에 입학하는 2018∼2019년 3월생의 숫자가 가장 많아 거부감도 클 것으로 보인다.

 

2018년생 자녀가 있는 최모(44)씨는 “아직 아이가 어리지만 대입도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갑자기 경쟁자가 8만명이나 늘어난다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2019년 3월생 자녀가 있는 김모(35)씨도 ”어린 나이일 때는 개월 수에 따른 발달 차이도 큰데 1년도 넘게 먼저 태어난 아이들과 학교에 가면 계속 뒤처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교사들도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번 정책은 유아기 아동의 발달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으로 국제적인 추세에도 맞지 않다”며 “막대한 재정 투입이 필요한 것은 물론 향후 입시, 취업 등에서 불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전 정부에서도 학제개편을 제안했다가 혼란만 초래하고 매번 무산된 것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한편 현재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5세의 초등학교 입학이 빨라지면 교육부의 유아교육(유치원)과 보건복지부의 유아보육(어린이집)을 통합하는 ‘유보통합’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만 0∼5세 교육은 복지부·교육부로 이원화돼있어 기관에 따라 교육서비스 격차가 크고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교육부는 ‘유보통합추진단’을 설치하고 교육 중심의 유치원·어린이집 관리체계 일원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또 올해 12월 자사고 존치를 포함한 고교체제 개편 세부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문재인정부는 앞서 2025년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내용으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했는데, 이 시행령을 다시 바꾸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올해 말 학부모 1만명과 학생 1만명이 참여한 대국민 수요조사를 통해 학생·학부모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2022 개정 교육과정’과 ‘2028 대입제도 개편안’에 반영해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