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31일 당내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을 향해 “양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지 말라 했더니, 이제 개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기 시작하려는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저자들의 우선순위는 물가안정도 아니고, 제도개혁도 아니고, 정치혁신도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그저 각각의 이유로 당권의 탐욕에 제정신을 못 차리는 나즈굴과 골룸 아닌가”라고도 했다. 나즈굴과 골룸은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소유자에게 무소불위의 힘을 주는 ‘절대 반지’를 차지하려다 자신의 정체성마저 잃어버린 이들이다.
이 대표는 “국민들이 다 보는데, ‘My precious’(내 보물)나 계속 외치고 다녀라”라고도 했다. ‘My precious’는 영화 ‘반지의 제왕’ 속 골룸의 대표적 대사다.
이 대표의 측근인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도 페이스북에 “세상만사 다 자기들 뜻대로 되겠는가”라고 적었다.
두 사람의 이날 입장은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거듭된 실책, 비상대책위원회 도입을 주장하는 당내 의견 등을 싸잡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앞서 당내 친윤계 의원들을 겨냥해 ‘양두구육’(양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팜·겉과 속이 다름)이라고 해 반발을 샀다.
이 대표는 성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 관련 품위유지의무 위반 사유로 지난 8일 당 중앙윤리위원회(위원장 이양희)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받았다. 현재 당무에서 배제돼 있다. 이론적으로는 당원권 정지 기간이 풀리는 내년 1월에는 당무에 복귀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전에 비대위가 도입되고 조기전당대회를 거쳐 새 당대표가 선출될 경우 이 대표가 당무에 복귀할 길은 사실상 막혀버리게 된다.
이런 가운데 조수진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여권 3축(당·정부·대통령실)의 동반 쇄신을 촉구한다”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조 최고위원은 “저는 각성과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의 엄중한 경고에 책임을 지기 위해 최고위원직을 물러난다”고 했다. 이어 “총체적인 복합위기”라며 “당은 물론, 대통령실과 정부의 전면적 쇄신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또 “바닥을 치고 올라가려면 여권 3축의 동반 쇄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으로 불리는 당내 의원들을 향해선 “정권교체를 해냈다는 긍지와 자부심은 간직하되, 실질적인 2선으로 모두 물러나 주시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조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체적 비상상황”이라며 “(최고위원 전원 사퇴에) 더 이견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마저 이견이 있으면 안 되겠다”라고 말했다. 김용태 최고위원이 전날 “부당한 압력에 밀려 떠내려갈지언정, 제가 믿는 ‘원칙’이라는 가치를 스스로 저버리지는 않겠다”며 사실상 자진사퇴 가능성을 일축한 점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 측 인사로 분류된다.
지난 29일엔 당내 초선의원 63명 중 절반인 32명이 비대위 도입을 촉구하는 ‘연판장’을 지도부에 전달했다. 박수영 의원이 이 작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직무대행도 비대위 주장 취지에는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헌당규상 최고위원들의 줄사퇴로 지도부 기능이 상실돼야 비대위 도입이 가능한 점을 들어 고심하는 제스쳐를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