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교사’, ‘국정원 국장’, ‘3선 국회의원’ 등은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경력이다. 대개 깐깐하고 다가가기 어려운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이 도지사를 실제로 만나면 ‘이웃집 아저씨’ 같은 편안한 인상을 준다. 31일 경북도청에서 만나 도가 먹고살 방향을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단호함을 넘어 확고함이 묻어났다.
김천시 감문면 덕남2리 시술마을 소작농의 3남 2녀 중 넷째로 태어나 도지사에 오른 그는 ‘자수성가의 아이콘’이다. 실제로 이 도지사의 삶에 대충대충은 없어 보였다. 오전 5시쯤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이 도지사는 23개 시·군을 오가기 위해 많게는 700㎞ 이상 이동한다. 매일 맨발로 1만보씩 걷는 건 기본이다.
이런 그의 인생 좌우명은 ‘수처작주’다. ‘어느 곳이든 가는 곳마다 주인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주인 의식을 갖고 책무를 다하겠단 그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감옥 갈 일 아니면 다 해줘라.” ‘청렴하고 일 잘하는 경북도’를 그리는 이 도지사가 도청 간부 직원에게 입이 닳도록 하는 말이다. ‘일꾼’으로 통하는 이 도지사를 만나 민선 8기 계획을 들어봤다.
◆“지방시대 시작점은 분권형 개헌”
민선 8기 경북의 도정 슬로건은 ‘경북의 힘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이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듯 지방이 직접 의지를 보여주고 참신한 정책으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선도하겠다”는 이 도지사의 뜻이 적극 반영됐다. 그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지방분권’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해 왔다. 50년 넘는 수도권 일극 체제가 이어지면서 국토 면적 10%에 인구의 절반이 몰려 있는 현상을 꾸준히 지적했다.
이 도지사는 “30년 동안 지방자치를 했지만 지방자치에 걸맞은 ‘권한’과 ‘예산’은 없었다”면서 “지방은 저출산과 고령화, 청년 유출 등 부정적인 단어만 남겨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예산철만 되면 중앙부처와 국회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사정사정하는 게 일상이 됐다”며 “그마저도 예산마다 꼬리표가 달려 지역 실정에 맞는 특수시책을 추진할 수 없어 정책 모두 ‘그 나물에 그 밥’ 같아졌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방시대의 진정한 출발은 지방분권에서 시작한다고 믿는다. 이 도지사는 “일단 지방을 믿고 포괄보조금 형식의 국비를 지방으로 교부해 정책을 맘껏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그에 대한 책임은 선거를 통해 시·도지사가 지면 된다”고 말했다. 또 “궁극적으로 ‘국가는 지방정부가 수행할 수 없는 사무에 대한 권한을 가진다’는 조항을 헌법에 명시하는 분권형 개헌을 해야 한다”면서 “자치입법권과 자치조직권 등 완전한 자치권 보장이 앞당겨져야만 지방시대가 열린다”고 강조했다.
◆“소규모마을 개발+농업 대전환 꾀해 인구 유입”
1960년대만 하더라도 경북은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소멸위험 지역이 가장 많은 광역자치단체가 됐다. 이 도지사는 지역 소멸 위기를 막기 위해선 가장 작은 조직인 ‘소규모마을’에 열쇠가 있다고 봤다.
그는 “일자리와 교육, 문화 등을 통합한 마을순환 경제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마을 공동 돌봄과 교육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로 인구를 유입해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휴양과 여가, 전원생활을 한데 묶은 복합공간인 ‘경북형 작은 정원 조성 사업’과 ‘시·군별 두 지역 살기 프로그램’, ‘대학 파트너십 구축을 통한 지역청년 유출 방지 정책’도 추진한다.
여기에 이 지사가 인구 유입 카드로 꺼내든 건 바로 ‘농업 대전환’이다. 과거에는 열심히 땀 흘려 농사를 지었다면 이제는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첨단산업이 농업을 주도한다고 본 것이다. 그는 “갈수록 고령화하는 농업인구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지 않으면 농업의 미래는 없다”면서 “땅을 소유한 고령의 농업인을 주주로 만들고, 새로운 기술을 가진 기업과 청년이 농사를 짓고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개념의 농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도지사로 도민의 기억에 남고 싶을까. “인간냄새 나는 이철우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서 “실적을 많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민과 소통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인간적인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눈이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