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가 3파전으로 정리된 가운데 ‘원톱’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당 안팎의 맹공이 이어지고 있다. “저학력·저소득층에 국민의힘 지지자가 많다”, “무당의 나라” 등 이 후보 발언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며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후보는 “취지와 맥락을 무시한 왜곡”이라고 반박했지만, 논란은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대표 자리를 두고 이 후보와 경쟁하고 있는 박용진·강훈식 후보는 이 같은 논란을 적극 활용하며 견제에 나섰다. 박 후보는 31일 대구시당 기자간담회에서 논란이 된 이 후보의 발언을 두고 “심각한 인식의 차이를 넘어선 노선의 차이”라며 “남 탓하는 노선으로는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 수 없다. 이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언론 탓을 하며 언론의 변화와 혁신을 촉구할 텐데, 결국은 민주당이 변화하고 혁신해야지 왜 남 탓을 하나”라고 꼬집었다.
박 후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저소득층은 저학력이고, 따라서 왜곡된 정보와 정보 비대칭으로 제대로 된 사리판단을 못 한다는 선민의식이자 빈자를 향한 혐오”라며 맹공했다.
이 후보는 지난 29일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던 중 “고학력·고소득자, 소위 부자라고 하는 분들은 우리 지지자가 더 많다”며 “안타까운 현실인데 언론 환경 때문에 그렇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참고인이 숨진 사건을 둘러싼 발언 논란도 일었다. 이 후보는 전날 강원 강릉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무당의 나라’가 돼서 그런지 아무 관계도 없는 일을 특정인에게 엮지 않나”라며 “그게 이재명과 무슨 상관이 있나. 저는 염력도 없고 주술도 할 줄 모른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여당은 “대한민국을 무당의 나라로 폄훼했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내고 “연속적인 죽음에 대해 해명하라는 권성동 대표의 지극히 당연한 요구를 무리하게 무속신앙과 연결했다”며 “제1야당 유력 당 대표 후보 수준이 이처럼 천박하고 상스럽다는 것에 참담하기까지 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후보 측은 “국민의힘은 죽음마저 정쟁 도구로 쓰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맞받아쳤다. 이 후보 측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낸 논평에서 “이재명 의원을 공격하기 위해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마저 정쟁 도구로 활용하는 국민의힘의 행태에 깊은 분노와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후보를 둘러싼 잇단 논란과 함께 전당대회의 또 다른 변수는 박·강 두 후보의 단일화가 될 전망이다. 오는 3일 대구·경북 지역과 강원 지역 당원들의 투표가 시작되기 때문에 사표 방지를 위해서는 3일 이전에 단일화가 이뤄져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우선 단일화 방향성에 대한 합의는 이뤄졌다. 두 후보는 전날 서울 모처에서 회동을 갖고 “단일화 시기·방식 등은 더 논의하기로 했지만, 최종적으로 단일화를 이루기 위해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단일화에 대한 두 후보 간 온도 차는 선명하다. 박 후보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이지만 강 후보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강 후보는 이날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은 미래연대와 비전 경쟁에 집중할 때”라며 “정치공학적 단일화는 국민이 97세대에게 바라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최종 단일화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한 초선의원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개인적으로 단일화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며 “다만 후보들의 의지가 아닌 당내 세력 등 외부 변수가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어 아직 정확히 예측하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