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분오열 국민의힘 비대위 전환 '첩첩산중'… 향후 쟁점은 [이슈+]

“비상대책위 체제 전환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

 

지난 31일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직무대행’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같이 말했다. 권 직무대행이 사의를 표한데 이어, 주말 사이 여당 최고위원 3명이 줄줄이 사퇴하면서 친윤계 의원을 중심으로 비대위 전환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비대위 전환은 당헌·당규 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반발도 거세지면서 국민의힘은 지도부 구성을 놓고 현재 시계 제로 상태에 빠져있다.

당대표 직무대행 사퇴 의사를 밝힌 권성동 국민의힘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공동취재

◆최고위원 3명 사퇴가 지도부 붕괴?

 

권 대행의 사퇴와 최고위원 3명의 사퇴로 비대위 전환 요건이 갖춰진 것일까.

 

비대위 전환을 주장하는 측은 당내 최고 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가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 당헌 제96조에 따르면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 기능이 상실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비상대책위원회를 둘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현재 6개월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은 이준석 대표는 궐위가 아닌 사고 상태이기 때문에 최고위 기능이 상실되어야만 비대위 전환이 가능하다.

 

다만 최고위 기능 상실 요건을 두고 최고위원 7명 전원(이준석·김재원 제외)이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과 과반인 4명이 사퇴하면 된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현재까지 사퇴한 최고위원은 선출직인 배현진, 조수진 최고위원과 지명직인 윤영석 최고위원이다. 비대위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당연직 최고위원인 권성동 원내대표도 직무대행 사퇴 의사를 밝혔고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비대위 전환을 주장했으니 요건은 갖춰졌다는 입장이다.

 

발언하는 정미경 최고위원. 연합뉴스

하지만 최고위원이 전원이 사퇴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당 대표 직무대행이 새로운 최고위원을 지명해, 공석을 채울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현재까지 김용태, 정미경 최고위원은 사퇴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비대위로 가려면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의 기능이 상실되어야 하는데 최고위원들이 아직 남아 계신다”며 “그렇게 되면 (남은) 최고위원이 보궐을 하게 돼 있고 보궐을 통해서 지도체제를 다시 정비하면 되는 것이지 왜 비대위로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헌·당규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국민의힘 사무처에서 이에 대한 유권해석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위 기능 상실 여부에 대한 판단에 따라 비대위 전환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대구시장. 연합뉴스

◆권성동 ‘직무대행’만 사퇴 가능한가?

 

또 다른 쟁점은 권성동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직은 유지한 채 직무대행 자리에서만 물러날 수 있냐는 것이다.

 

국민의힘 당헌·당규 제29조의2에 따르면 당 대표가 사고 등으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원내대표, 최고위원 중 최고위원 선거 득표순으로 그 직무를 대행한다고 나와 있다. 즉 당 대표가 ‘사고’일 경우 원내대표가 당 대표 직무대행으로 자동 승계된다는 것이기 때문에 권 대행이 직무대행 자리에서 물러나려면 원내대표직에서도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한 비대위를 구성할 수 없고, 권한대행(직무대행)을 사퇴하면 원내대표도 사퇴하는 것이 법리상 맞는 것”이라며 “원내대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동 승계된 대표 권한대행(직무대행)만 사퇴하겠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에서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의 과반수의 찬성을 요건으로 하는 최고위 의결정족수도 그대로 유지된다는 해석이 나온다. 권 원내대표, 성 정책위의장 등 원내지도부는 당연직 최고위원이기 때문에 이들이 원내지도부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최고위원 자리도 유지된다는 논리다. 이런 해석에 따르면 최고위 재적위원은 원내지도부 2명에 김용태 최고위원, 정미경 최고위원, 그리고 사고 상태인 이준석 대표까지 현재 5명이다. 의결정족수가 갖춰졌기 때문에 최고위 기능이 마비된 것으로 볼 수 없다.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은 누구에게 있나?

 

설령 최고위 기능 상실 요건을 충족시킨다고 해도 비대위원장 임명 단계에서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는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당헌·당규 96조 3항에 따르면 비대위원장은 당 대표 또는 당 대표 권한대행이 지명하게 되어 있다. 당 대표는 당원권이 정지되어 있고, 권성동 대행은 당 대표 사고에 따른 직무대행이지, 당 대표 궐위에 따른 권한대행이 아니라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이 없다. 즉 당헌 당규상으로는 국민의힘 내 누구도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없다.

 

이에 친윤계에서는 상임전국위원회를 개최해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에 대한 유권해석을 받거나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위 의장을 맡은 서병수 의원은 비대위 전환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려면 합당한 명분과 당헌·당규상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것이 없다”며 “비대위로 가면 해석상 여러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제명되는 셈이나 마찬가지인 이준석 대표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달 27일 경북 울릉군 사동항 여객터미널에서 배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순회 중인 이준석 ‘비대위 저지’ 총력전 들어갈 듯

 

현재 이준석 대표는 윤리위의 징계 결정 이후 대응을 자제한 채 전국을 순회 중이지만 비대위 체제로 전환될 시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 특히 윤리위 징계에 대한 가처분 신청과 달리 비대위 전환에 대해서는 법원이 이 대표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와의 전화통화에서 “(비대위는) 당원권 6개월 정지가 아닌 제명 효과를 가져온다”며 “이 대표가 법적 대응을 하면 가처분을 받아주는 상황이 돼서 이 대표가 다시 당 대표로 돌아오는 그런 황당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최고위원 간담회, 선수별 의원 간담회,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어 비대위 전환에 대한 총의를 모으겠다고 밝혔다.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전 10시30분 최고위원 중 일정이 되는 분들과 의견을 모으는 간담회가 진행될 것”이라며 “이어 오전 11시에는 초선 의원, 오후 1시30분 재선 의원, 오후 2시30분 3선 이상 중진 의원별로 간담회를 진행한 뒤 오후 3시 의원총회를 열어 의견 수렴 절차를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