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의 전반전이 막 끝났다. 당신이 올해 현재(7월 말 기준)까지 맞닥뜨린 폭염(일 최고기온 33도 이상)은 모두 7.6일(전국 평균·기상청 집계)이었다. 이는 예년(1991∼2020년 평균 4.9일)보다 55% 이상 많은 수치다.
당신이 사는 동안 겪게 될 폭염은 부모 세대가 평생 겪은 것보다 훨씬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아무도 원치 않는 이 ‘대물림’은 당신의 자녀에게, 그리고 그 자녀의 자녀에게로, 빠르게 몸집을 불려가며 진행될 것이다. 온실가스 농도가 상승을 멈출 때까지 말이다. 단순히 나중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미래세대는 더 잦고, 더 심각한 폭염을 견뎌야 하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폭염은 ‘재난의 세대 간 불평등’이란 사회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그저 팔짱만 끼고 쳐다볼 처지가 못 된다. 한국이 폭염의 세대 간 불평등이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심각한 국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전망을 고려하면 한국의 예상값을 터무니없는 결과로만 받아들이긴 어려워보인다. 기상청은 수도권 기준으로 2081∼2100년 폭염일수가 2000∼2019년 대비 3.2∼11.1배 늘어날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채여라 한국환경연구원(KEI)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도시화로 기온상승이 전세계 평균을 상회하고 평균수명이 길어져 폭염에 노출되는 기간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런 점이 폭염의 세대 간 불평등을 키우는 요인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이 연구는 국가별 기대수명 자료(UN)와 미래 지구 온도 궤적 전망(IPCC), 극단기후 전망(ISMIP), 과거·미래 인구집단 자료(〃), 국가 규모 집단 자료(비트겐슈타인센터)를 조합해 분석한 것이다. 지난해 9월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극단 기후 노출의 세대 간 불평등’이란 제목으로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