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액정 깨졌어”… 메신저 피싱 조직 129명 검거

검거된 인출책 대부분 국내 거주 중국인
인터폴에 중국 총책 적색수배 등 국제 공조 확대

휴대전화에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설치해 40여억원을 편취한 메신저 피싱 조직원 등 129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이들은 피해자 명의로 대출까지 받는 대담함을 보였다. 특히, 적발된 3개 조직에서 활동하다가 검거된 인출책 대부분은 국내 거주 중국인으로, 일부는 피해자에게 피해금을 정상 영업 중인 금은방 계좌로 이체하도록 하고 이 돈으로 금을 사서 자금세탁을 하는 치밀함을 드러냈다.

 

2일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컴퓨터 등 이용사기, 공갈,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피싱 범죄 조직원 등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혐의가 중한 한국 총책 A씨 등 35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25일 경기 하남시 소재 한 귀금속 가게에서 순금목걸이 20돈을 구매해 메신저 피싱 피해금을 세탁하는 보이스피싱 조직.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경찰은 A씨가 속한 메신저 피싱 조직의 중국 총책 B씨를 인터폴 적색 수배하는 등 국제 공조도 확대한 상태다. 아울러 다른 2개 조직의 중국 총책 신원을 특정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자녀를 사칭한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예금 잔액을 가로채는 수법을 드러냈다. 2020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엄마, 나 휴대전화 액정이 깨져서 수리를 맡겼어. 수리비 청구할 수 있게 보내준 링크를 깔아줘’ 등의 사칭 문자를 확산해 세간에 널리 알려졌다.

 

이들의 범죄는 자녀 사칭에 그치지 않았다. 익명으로 영상 대화 등을 할 수 있는 랜덤 채팅을 통해 알게 된 남성들과 음란한 영상채팅을 하면서 “소리가 잘 들릴 수 있도록 지금 보내는 파일을 휴대전화에 설치해달라”고 요구해 상대방 휴대전화에 악성프로그램을 심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저장된 연락처를 탈취하고, 채팅 중 녹화해 둔 상대의 영상을 보여주며 “지인에게 이 영상을 뿌리겠다”고 협박해 돈을 갈취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처럼 3개 조직에서 활동한 국내 인출책 등 25명을 붙잡아 19명을 구속했다. 조직원에는 해당하지 않는 단순 인출책이나 대포통장 제공자 등 104명도 검거해 16명을 구속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에게 메신저 피싱이나 몸캠 피싱을 당한 피해자는 538명에 달했다. 피해액은 44억5000만원 상당이다. 일부 피해자는 예금 잔액을 털리고 신분증까지 유출돼 대출사기를 당하면서 억대의 피해를 보기도 했다. 경찰은 3개 조직이 범행에 사용한 현금카드 238매와 휴대전화와 유심칩 76개, 현금 1억9000만원을 압수했다.

 

김성택 경기남부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휴대전화 고장 등을 이유로 연락한 상대를 반드시 확인하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애플리케이션은 설치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