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안보단체인 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는 올해 중대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오는 10월 창설 70주년을 맞는 향군은 지난 4월13일 제37대 본부 회장 선거에서 신상태(71) 서울시향군회장(3사6기)을 선택했다. 신 회장은 비(非)장성 출신으로 예비역 대장인 김진호 전 회장의 연임을 저지했다.
신 회장은 4년 임기 동안 향군을 단순한 예비역 단체가 아닌, 실질적 의미의 안보·사회단체로 거듭나게 하는 데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예비역 대장·중장이 대다수였던 역대 회장과 달리 대위로 전역한 신 회장은 30대에 사업을 시작해 자수성가한 전문경영인이다. 지금도 송현산업, 천우기업 등 5개 중소기업의 대표로서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한·미동맹을 비롯한 안보 현안에 대한 칼럼을 여러 매체에 다수 기고한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신 회장은 기업인과 예비역 군인으로서 얻은 경험과 시각을 토대로 ‘국가안보의 보루이자 든든한 예비전력‘이라는 향군의 임무와 역할을 자신하고 있다. 그는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해 “길게 설명할 것 없다. 자의로 갔으면 왜 눈을 가리고 줄로 묶느냐”며 “그런 모습이 국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6·25전쟁 참전군인 등 예비역 지원과 관련해선 “군인 예우에 있어 우리는 미국에 한참 뒤처진다”며 “(세계 10위의) 경제력에 걸맞은 예우가 있어야 한다”고 처우개선 필요성을 역설했다.
―향군 산하 기업의 방만한 경영 문제가 여러 차례 지적됐다. 이를 해결할 방법이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향군은 정부 지원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향군은 100% 자체적으로 수익을 올려 활동한다. 산하 기업들이 수익성 위주로 움직이지 않으면 향군은 활동 재원이 없다. 중소기업 경영의 성패는 사장이 70~80%를 좌우한다. 전문 경영인 체제를 구축해 성과 위주의 경영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향군 산하에 기업들이 있다. 해당 기업의 사장은 2년 단위로 임명된다. 경영을 잘하면 회장과 임기를 같이하고, 그렇지 못하면 내보낼 것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경영실패가 이어지면서 향군의 재정이 어렵다. 산하 기업에 대한 고강도 경영진단을 통해 재정난을 극복할 방침이다. 긴축과 구조조정, 신사업 개발, 전문경영인 체제 정착을 통해 성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조직 화합을 위해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정의와 화합에 기반한 조직문화를 만들려고 한다. 예비역으로 구성되다 보니 향군은 상명하복의 군대 문화에 익숙하다. 조그만 문제가 있어도 징계하고 소송을 한다. 한 울타리 식구들인데…. 향군은 군대가 아니라 사회단체다. 사회단체답게 서로가 융화를 통해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출신, 계급, 나이, 성별 등 모든 것을 초월해 ‘원팀(one team) 향군’을 만들겠다. 화합된 향군문화로 변화하기 위해 권위주의 퇴출, 소통의 문화 조성, 비리·부조리 없는 조직 운영을 추구하고 있다. 회장인 저부터 솔선수범할 것이다. 임기 동안 향군에 봉사하고, 이를 통해 얻은 자부심을 지닌 채 직원들로부터 박수받으며 떠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
―북한 어민 강제북송,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은 어떻게 보는가.
“길게 설명할 것도 없다. 자의로 갔으면 왜 눈을 가리고 줄로 묶느냐.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인권이다. 북한 주민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다. 명백한 귀순의사 표시에도 강제로 북송된 것이 사실이라면 잘못된 것이다.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토대로 진실이 밝혀지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 표류하는 비무장 공무원을 사살하고 시신을 훼손하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북한의 행태는 어느 곳에서도 용서받기 어렵다.”
―과거 정부에서는 향군의 정치적 중립 문제가 논란이 됐었다. 현 정부가 정치적 행사에 향군을 동원하려고 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향군은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 안보에 관해선 확실하게 목소리를 내겠지만 정치적 이슈에 휘말리고 싶진 않다. 향군 산하에 기업이 있으니 스스로 이익을 창출하고 국익을 위해 봉사활동이나 군사외교활동을 하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향군의 모습이다. 국익을 위한 향군이 되어야 한다.”
―곧 광복절이다. 나라를 지키는 데 헌신한 유공자와 예비역, 참전용사에 대한 정부의 처우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보는가.
“(목소리를 높이며) 6·25전쟁 참전용사에게 지원되는 금액이 얼마인지 아는가. 월 35만원이다. 참전용사를 이렇게 홀대하면서 정부가 전시에 국가를 위해 전선에 가라고 청년들에게 요구할 수 있겠나. 생활고에 시달리는 참전용사들을 보고 누가 이들을 존경하겠는가. 우리나라 경제력에 걸맞은 예우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참전용사 예우 문제가 아니라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기초를 다지는 일이다. 이 같은 기조 아래 향군에서도 6·25 참전용사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생활 형편이 어려운 400여 명에게 매달 15만~17만원의 수당을 지급한다. 향군장학금 지급, 국립묘지 안장절차 안내 등 참전용사와 유공자, 제대군인이 필요로 하는 복지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민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1000만 제대군인들의 결사체인 향군은 단순한 친목 단체가 아니다. 국가의 소중한 자산이다. 지난날 나라를 지켜왔고 앞으로도 나라를 지킬 국가안보의 중요한 기둥이다. 그런 측면에서 오는 10월에 열리는 창설 제70주년 행사는 매우 의미가 크다. 향군의 조직력과 단결력을 보여줌으로써 향군이 국가안보의 보루이자 든든한 예비전력임을 국민에게 알리고자 한다. 이를 위해 창설 이래 처음으로 전국의 13개 시·도, 223개 시·군·구, 22개 해외지회, 3052개 읍·면·동회 남녀회장 등 1만여명의 향군 회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결집하려고 한다. 향군 창설 70주년 기념행사를 통해 지난 70년을 평가하고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70년의 비전을 발표할 것이다. 국민 여러분께서 따뜻하게 성원해 주시고 격려해 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