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총체적 난국에 봉착했다. 취임 석 달도 안 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50%대에서 20%대로 곤두박질쳤다. 지난 8일 당 윤리위원회가 이준석 대표에 대해 ‘6개월 당원권 정지’ 중징계 결정을 내린 이후 당을 이끌어왔던 권성동 원내대표가 23일 만에 당대표 직무대행직에서 하차했다. 최근 KSOI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43.5%를 기록하면서 국민의힘(33.8%)을 큰 차이로 앞섰다. 이런 비상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비대위 체제로 가야 하는데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싸고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여당은 국정동력을 회복하기 위한 지지율 반등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지지율 하락 원인을 냉철히 분석해야 올바른 처방이 나올 수 있다. 민심이 등을 돌리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윤석열다움’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성취 간에 인내할 수 없는 격차가 생기면서 민심이 급격하게 이반하고 있다. 정권을 교체했을 때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했던 ‘공정한 사회’를 만들고, ‘상식적인 기반’에 의해 국정을 운영하고 ‘법치’를 제대로 지켜나가겠다고 했던 것들이 다 깨지고 있다. 검찰 편중 인사로 공정은 훼손된 데다 노동자들의 불법 파업에 대해서도 적당히 타협함으로써 윤 대통령 특유의 강단과 소신이 빛을 바랬다. 또한, 핵심적으로 추진하는 대통령 개혁 어젠다가 보이질 않는다.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민감한 현안에 대한 대처 방식이나 고압적 메시지, 이준석 대표를 겨냥한 ‘내부총질’ 문자 등은 국민을 크게 실망시켰다. 문재인정부처럼 하지 말라고 정권을 교체시켜 주었는데 이전 정부와 다를 바 없다는 실망감이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중도층의 이반을 가져왔다.
또한, 민감한 정책적 현안을 너무 쉽게 던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가령,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수도권 규제를 풀어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정책 구상은 비수도권의 이탈을 가져오고, 금융 취약계층을 돕는다면서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대출)한 사람까지 구제하는 정책은 오히려 정직하게 살아온 MZ세대를 분노케 했다. 핵심 보수 지지층은 문재인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고 법치를 확립해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것’을 고대했다. 하지만 전 정권 권력형 비리와 이재명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는 가시적 진척이 없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정체성을 자유민주주의, 민간 주도 시장경제, 법치 등 보수 가치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런데 한덕수 총리, 변양균 경제고문 등 노무현정부 사람들을 중용하고 있다. 이들의 능력을 인정하고 통합을 위한 것이라 해도 보수로 정권교체가 이뤄졌으면 보수를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들도 중용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이런 것들이 현실화되지 않기 때문에 보수층이 이탈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