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입학 분노' 타깃된 교육부 장관… 尹정부는 정면돌파 의지 [뉴스+]

학제개편 거센 반대… “교육 정책 이해 부족” 비판도
尹, 취학연령 하향 공론화 지시… 논란 가열 양상

“아마추어 교육부 장관의 아마추어식 제도 발표다.”

 

취학 연령 하향 논란으로 촉발된 국민의 분노가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겨누고 있다. 학제개편 논란을 계기로 박 장관의 음주운전 전력과 교육 경험 부족, 논문 표절 논란이 새삼 거론되며, 사퇴해야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부에 취학연령 하향에 대한 공론화와 초당적 논의를 지시하며, 학제개편 논란은 진화는커녕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학부모 단체 간담회에서 정지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스1

◆학제개편 반대 거세… “교육 정책 이해 부족” 비판 나와

 

2일 교육계에선 이번 학제개편 논란과 관련, 비 전문가인 박 장관이 무리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장관의 전문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공공행정과 성과관리 전문가인 그가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됐을 때부터 나왔다. 박 장관 지명 전에 임명된 장상윤 교육부 차관도 국무조정실 관료 출신으로 교육 전문가가 아닌데다가 장관까지 비전문 인사가 임명된데 대해, 교육계는 불안해 했다.

 

박 장관은 임명 당시 “교육현장에 뛰어든 지 20년이 넘었고, 교육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밝히지 않았을 뿐 현장에서 여러 가지를 챙기고 교육부와도 여러 가지 정책에 관해 얘기도 해왔다”며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를 적극 해명했다. 하지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유초중등 교육 홀대 우려가 나올 수 있다”고 걱정했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육 회복이 아닌 교육부 축소에 방점이 찍힌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서도, 박 장관이 행정가 답게 인구 감소라는 시대 상황에 맞춰 효율화를 강조한 정책을 내놓은 것일뿐, 아이들의 발달과정과 인성교육의 중요성은 간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무엇보다 학부모들의 반대가 강한 것이 박 장관과 정권에 부담을 주고 있다. 현재 교육부는 “확정된 정책은 아니다”며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지만 설익은 정책 발표 뒤 허둥지둥 의견수렴에 나서는 모습이 학부모 와 유치원·초등학교 교사 등의 분노를 돋우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교사노동조합연맹 등 주최로 열린 만 5세 조기 취학 개편안 철회 촉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논란이 되자 새로운 정책 방향을 내놓은 것 자체가 설익은 정책의 반증이라는 비판도 더해진다.

 

박 장관은 전날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게(과도기 4년) 더 늘어날 수 있다. 4년이 확정되고, 그것을 꼭 하겠다는 취지는 아니다”며 “대안을 열어놓고 토론하고, 그 합의 과정을 만들어간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는 “(4년에 걸쳐 진행하는 방안이) 선호도가 낮으면 12년에 갈 수 있겠다. 1개월씩 당겨서 (추진할 수 있다)”라고 했다.

 

당초 2025년부터 3개월씩 4년에 걸쳐 만 5세의 입학을 당기는 방안을 내놨지만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자 뒤늦게 12년 방안을 부각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교육 시민단체의 간부는 “행정 전문가를 교육부 장관으로 앉혔을 때부터 이미 예고돼있던 일이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정책을 발표해 논란을 자초하고, ‘향후 사회적 논의를 거치겠다’는 발상이 어떻게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여론 나빴지만 임명 강행… 힘 실어준 대통령

 

박 장관에 대한 여론은 이미 임명 전부터 나빴지만, 윤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장관에 임명했다. 물론 윤석열 정부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을 강행한 사례가 박 장관뿐만은 아니다. 윤 대통령은 김창기 국세청장과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 김주현 금융위원장까지 총 4명의 고위직 인사를 인사청문회 없이 강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순애 신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하지만 박 장관에 대한 여론은 유독 좋지 않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박 장관이 후보였던 지난 6월 10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 ±3.1%포인트)에서 ‘박 장관 지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3.9%는 ‘적합하지 않다’고 답했다. ‘적합하다’는 14.9%, ‘잘 모르겠다’는 21.2%였다. 

 

박 장관은 후보자 신분일 때, 만취운전 논란뿐만 아니라 제자 논문 가로채기와 논문 중복 게재 의혹, 조교에 대한 '갑질' 의혹, 자녀의 서울대 특혜 장학금 의혹, 배우자의 연구비 수령 의혹 등을 받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 7월 출근길, 박 장관을 비롯해 몇몇 후보자의 부실인사, 인사실패 지적이 나온다는 기자의 질문에,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냐”고 오히려 박 장관을 추켜세웠다.

 

◆‘논문 투고 금지 징계’까지 논란… 윤 정부 정책 강행 의지

 

학제개편 논란 속에 박 장관의 논문 표절 논란도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한 시사프로그램은 박 장관의 논문 표절과 거짓 해명 논란 등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박 장관은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 2번이나 투고 금지 징계를 받았다. 투고 금지 징계는 관련 학회에서 중복 게재와 표절 등 심각한 문제가 있을 때 하는 중징계다. 여기에 논문을 자진 철회했다는 박 장관 측의 설명도 거짓이라는 내용까지 더해졌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박 장관의 5세 입학 연령제와 논문 표절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뤘다.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교육위원회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회의에서 “교육이 무슨 부침개인가, 학부모와 학생들은 마루타인가, 선생님을 바보로 보는 것인가”라고 비판했고, 도종환 의원은 교육위 회의에서 박순애 장관의 논문 표절 논란 등 쟁점들을 짚으며 “그냥 지나가면 안 된다. 의혹투성이인 상태에서 어떻게 공정한 교육과 투명한 대학입시를 관리하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논란이 커지고 여론도 나빠지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그간 해왔던대로 정면돌파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날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만 5세 초등학교 입학과 관련 “필요한 개혁이라도 관계자 간 이해관계 상충으로 공론화와 숙의가 필요한 만큼 교육부가 신속하게 공론화를 추진하고 국회에서 초당적 논의가 가능하도록 촉진자 역할을 해달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 안상훈 사회수석은 “여러 우려에 대해 정책적 해결 방안을 찾는 것도 교육부의 몫”이라며 “정해진 답은 없다. 옳은 개혁 방안이 있을 때 공론화할 책임, 국민과 소통할 책임은 정부에 우선적으로 있고 국회에도 있다”고 부연했다.

 

안 수석은 “아무리 좋은 개혁·정책의 내용이라도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갈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당장 해당 정책의 백지화에 나설 뜻은 없음을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