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10일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이번 주 또는 다음 주 6차 유행 정점이 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고위험시설 혹은 고위험집단을 대상으로 한 ‘표적방역’을 하겠다고 밝혔다.
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1만9922명으로, 이틀 연속 11만명대를 나타냈다. 지난 4월15일 12만5821명 이후 가장 많다. 증가폭은 둔화해 일주일 전인 지난달 27일(10만245명)의 1.20배 수준이다. 해외유입이 크게 늘었다. 이날 해외 입국 확진자는 600명으로, 전날(568명) 역대 최고치 기록을 하루 만에 경신했다. 위중증 환자는 284명, 사망자는 26명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유행이 1∼2주 후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7월 중순 당시 분석으로는 정점이 8월20일쯤 20만∼25만명이었는데, 8월7일쯤 10만명을 약간 웃도는 수준에서 정점이 형성될 것으로 수정됐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번 주와 다음 주 사이 유행 정점이 지나가고, 유행 규모는 당초 예상보다 절반 아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BA.2.75 확산 정도가 앞으로 유행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BA.2.75 확진자는 이날 해외유입 5명이 추가돼 총 14명으로 늘었다. 해외유입이 11명, 국내발생이 3명이다.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인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BA.2.75가 확산하면 유행이 멈칫하다 정점이 8월 말이 지나 올 수 있고, 우세화되지 않고 끝나면 유행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6차 유행이 지나도 올가을·겨울 또 다른 유행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는 유행 대응을 위해 표적방역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표적방역은 데이터를 분석해 코로나19에 취약한 그룹을 찾아내고 이들의 중증화·사망을 방지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50대나 기저질환자에 4차 접종을 권장하는 것 등이 표적방역의 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은 “2년7개월 동안의 코로나19 경험과 많은 데이터를 통해 어디에서 감염이 되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며 “일상을 유지하면서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곳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민간 전문가인 정기석 위원장을 중대본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으로 영입해 전문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언급한 ‘코로나19 대응본부장’에서 직책명만 바뀐 것이다. 정 위원장은 중대본 회의에 매회 참석해 의견을 개진하고, 의사결정 근거와 이슈를 설명하는 대국민 소통 역할을 하게 된다.
한편, 코로나19의 고용 충격이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더욱 집중됐으며, 청년층과 여성의 피해도 상대적으로 컸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이날 발표한 ‘코로나19가 취약계층 직장유지율에 미친 영향’ 연구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사태 발생 첫해인 2020년 저소득층의 직장유지율은 약 8.4%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소득 중위층의 2020년 직장유지율은 약 3.2%포인트 떨어졌으며, 소득 상위층은 변화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직장유지율 하락분을 실직자 대비 비율로 환산하면 2020년 소득 하위층에서 실직자 10명 가운데 약 4명이, 소득 중위층은 실직자 10명 가운데 약 3명이 코로나19 탓에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추산됐다.
코로나19 사태는 청년층 및 여성의 일자리에도 더 큰 충격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청년층의 직장유지율은 약 4.3%포인트 하락했고, 여성도 약 3.5%포인트 내려갔다. 그러나 남성의 직장유지율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