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더위’ 이젠 밀양과 비슷… 위도·온도 ‘따로 노는’ 지역 늘었다

위도 높아질수록 온도 낮지만
도시화·기후변화로 규칙 깨져

한여름 우리나라 중부 지역과 남부 지역 중 어디가 더 더울까? 통념을 따른다면 태양열을 많이 받는 남부가 답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위도와 온도의 관계가 갈수록 흐릿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화로 인한 열섬효과뿐 아니라 기후변화도 작용했으리란 분석이 나온다.

 

4일 세계일보는 기상청 방재기상정보시스템에서 1970년대(1970∼1979년)와 2010년대(2010∼2019년) 기상 관측 지점의 8월 평균 기온 자료를 받아 위도와 온도의 관계를 분석했다. 1970년대 관측이 시작돼 2010년대에도 기온을 측정한 63개 지점의 온도와 각 관측 지점의 위도 정보를 활용했다.

서울 여의도공원 앞 횡단보도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뉴스1

그 결과 1970년대 위도와 온도의 상관계수는 -0.72로 높게 나타났다. 상관계수란 두 변수의 움직임이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1에 가까우면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고, 1에 가까우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상관계수가 0이면 두 변수의 관련성이 매우 적다고 볼 수 있다.

 

1970년대 위도와 온도의 상관계수가 -0.72라는 뜻은 위도가 높아질수록 온도가 낮아지는 경향이 비교적 뚜렷하다는 의미다. 그런데 2010년대에는 두 변수의 상관계수가 -0.54로, 관련성이 줄었다.

 

이런 변화는 그림으로도 확인된다. 위도와 온도에 따라 각 관측 지점의 값을 좌표 위에 찍으면 1970년대는 점들이 우하향하는 직선에 가까운 모양으로 조밀하게 모인다. 저위도로 내려올수록 더워지기 때문이다. 2010년대에는 점이 흩어져 있다. 위도와 온도가 ‘따로 노는’ 지역이 늘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비교적 위도가 높은 서울(북위 37.6도)은 1970년대 63개 지역 가운데 27번째로 기온이 낮았다. 서울보다 더운 곳이 더 많았다. 그런데 2010년대 서울은 12번째로 더운 지역이 됐다. 경남 밀양·남해과 전북 전주와 비슷한 수준이다.

 

위도와 온도의 관계가 흐릿해진 데는 도시화의 영향이 크다. 냉방기기와 자동차 등에서 나오는 열기는 기온 상승에 일조한다. 

1970년대는 점이 직선에 가깝게 조밀하게 모여있어 위도가 높아지면서 온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뚜렷이 보이는 반면, 2010년대는 점이 흩어져 있다. 기상청 방재기상정보시스템 제공

하지만 이천, 원주가 대구, 광주보다 40년 새 기온이 더 큰 폭으로 오르는 등 도시화와 온도 상승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또 다른 요인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도시환경공학)는 “좀 더 따져봐야겠지만 한국은 북서쪽 대륙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기후변화로 북극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대륙이 가열돼 중부 지방에 더 큰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전했다. 최악의 무더위가 찾아온 2018년도 티베트 고기압이 한반도 상층을 덮어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역대 최고 기온이 줄줄이 쏟아졌다.

 

예상욱 한양대 교수(해양융합공학)는 “과거에 볼 수 없던 순환이 동아시아 지역에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며 “도시화 외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순환 구조가 작용했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한반도 남동쪽에 자리하던 북태평양고기압이 북서쪽으로 확장해 주말 내내 무더위와 열대야가 지속될 전망이다. 6일 새벽부터는 전국에서 수시로 비가 내릴 수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다음 주 강수 가능성을 고려하면 이번 더위가 올여름 가장 고비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