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당 안팎에서 점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비대위 전환을 위한 유권해석을 내리는 5일 상임전국위를 하루 앞둔 4일 당내에서는 절차적 흠결을 지적하는 비판과 우려가 쏟아졌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점심을 당내 3선 의원들과 함께했는데, 이 자리에서도 비대위 전환에 대한 우려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한 참석자는 권 원내대표에게 "비대위 전환에 절차적, 법적인 흠결이 너무 많아 보인다. 정말 가처분 신청 인용이라도 되면 어떻게 하느냐"라며 "방식이 좀 거치니 시간을 갖고 해결을 하자"고 건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영등포 쪽방촌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의 법적 대응이 우려된다'는 등 질문에 별다른 대답 없이 침묵을 지켰다.
점점 궁지에 몰려가는 이 대표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
직무 정지 후 전국을 유랑하며 당원 간담회를 진행해 온 이 대표는 이날부터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을 순회하기로 했다. 그는 이전과 달리 SNS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직격탄을 연일 날리는 등 한층 날카로워진 모습이다.
비대위 출범과 동시에 대표직을 사실상 상실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다른 선택지가 없는 이 대표로서는 5일 상임전국위 및 9일 전국위 결과를 보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돌입하리란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 측 신인규 당 상근부대변인은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국바세)'라는 이름의 온라인 당원 모임을 만들어 장외 여론전에 나섰다. 그는 이날 SNS에 "현재시간 구글 신청자는 약 3천분(명)으로 확인된 상태다. 지금 카톡방에서 다양한 의견을 주시는데 대략 600분 정도 모인 상황"이라고 썼다.
이에 비대위 전환을 주장하는 쪽에서도 이 대표에게 퇴로를 열어주고 극한 충돌은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권 원내대표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한 3선 의원은 "비대위는 어차피 불가피한 상황으로 가고 있지만 그렇더라도 이 대표에 퇴로는 좀 열어주고 명예회복, 다시 복귀할 수 있는 희망은 있어야 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지 않지 않느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병수 전국위 의장도 통화에서 "이 대표의 징계 기간이 끝나더라도 당이 혼란에 빠질 수 있어 복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명예롭게 퇴진할 기회를 주면서 스스로 사퇴하고 정치적으로 마무리를 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5선 중진 정우택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명예스럽지는 못하게 퇴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물론 언급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거는 좀 나중의 문제"라며 "전국위 의장이 지금 그 문제를 얘기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비대위 출범이 가시화되면서 비대위 인선 및 성격, 비대위 이후 선출될 새 지도부의 임기 등도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당내 3선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하고 비대위 관련 의견을 들었다. 비대위원장으로는 당내 중진 의원으로 후보군이 좁혀진 모양새지만, 여러 단계의 의견 수렴을 거쳐 내주 초 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배 의원은 모임 후 기자들과 만나 "권 원내대표가 늦게 와 먼저 참석자들끼리 당과 정책, 비대위에 대해 얘기했다"며 "권 원내대표는 비대위 성격 등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는 비대위에서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비대위 이후 전대를 통해 들어설 새 지도부의 임기에 대해서도 애초 이 대표의 잔여 임기인 '내년 6월까지'라는 설이 유력했지만, 전날 서 의장이 '2년 임기의 온전한 지도부'를 언급하면서 새로운 논의가 시작된 상황이다.
차기 지도부의 임기 문제에 대해 직접적 영향권 아래 있는 당권 주자 후보 그룹은 가급적 말을 아낀 채 조용히 득실을 계산하는 분위기다.
<연합>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