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으며 공개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5일 부실인사 논란이 일자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고 한 발언을 언급하며 “이 발언은 나와서는 안 되는 발언이었다”고 직격한 것이다. 당이 친윤(친윤석열)계 뜻대로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후 자신의 복귀 가능성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흐르자 이 대표가 윤 대통령과 결별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집권여당 대표가 대통령을 타격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면서 당 내홍은 한층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박민영 당 대변인의 윤 대통령 비판 논평이 당 혼란을 촉발했다는 조선일보 칼럼을 공유하고 “눈을 의심하게 하는 증언”이라며 이같이 적었다. 해당 칼럼은 윤 대통령이 박 대변인의 논평에 분노했다면서 “이 대표 징계는 윤 대통령의 분노도 영향을 미쳤을 것” “윤 대통령이 말한 ‘내부 총질’은 박 대변인의 비판까지 포함한 뜻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지난달 윤 대통령의 부실인사 관련 발언과 관련해 “민주당처럼 하지 말라고 뽑아준 국민의 물음에 대한 답변은 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동안 이 대표는 당 내홍과 관련해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을 언급하는 것은 피해왔다. “그 섬(여의도)에서는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개고기 받아와서 판다” “당권의 탐욕에 제정신을 못 차리는 나즈굴과 골룸” 등 친윤계 의원들을 집중 타격했는데, 전선을 확대하며 당 혼란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자신의 복귀 가능성을 봉쇄하는 비대위 출범에 대한 여론전과 동시에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오늘 양주와 의정부의 당원들과 함께 한다. 이제 한동안 수도권을 돌면서 당원들과 모임을 가지겠다”고 했다.
당장 비대위 출범의 첫 단계인 5일 상임전국위원회에서 이 대표 복귀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이 분출할 것으로 보인다. 조해진, 하태경 의원은 이날 이 대표의 궐위를 못 박는 비대위 출범에 반발하며 이 대표 복귀가 가능한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제안했다.
두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 몰아내기는 당헌·당규와 법리적으로 아무런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며 “특히 정권교체에 힘을 실어 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들이 제안한 ‘상생 당헌 개정안’은 당대표가 ‘사고’ 상황일 때 비대위가 출범하더라도 대표 지위가 유지되도록 하고 당무에 복귀하면 최고위원을 선임해 잔여 임기를 수행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두 의원은 개정안에 대해 “끝없는 법정 공방의 수렁에 빠지는 것을 막는 것”이라며 “정상적으로 당 운영이 되길 바라는 분들이라면 이 안이 해법이라고 이해하고 채택해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