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고공행진 하면서 유류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액화석유가스(LPG) 연료 차량이 주목받고 있다. 완성차업체들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에도 LPG 모델을 도입하며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관심 커지는 국내 LPG차 시장
7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최근 준중형 SUV 스포티지의 연식변경 모델 ‘2023 스포티지’를 출시하면서 LPG 연료를 사용하는 LPi 모델을 처음 선보였다. 기존에 있던 가솔린, 디젤, 하이브리드 모델에 LPi 모델을 추가한 것이다. 출시 후 일주일 만에 신형 스포티지 계약 비율 중 절반에 가까운 4800여대의 계약이 이뤄졌다.
기아 측은 “최근 국내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00원을 돌파하는 등 급격하게 상승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유지비가 강점인 LPi 모델을 추가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고 밝혔다.
그동안 LPG SUV 차량은 르노코리아자동차의 QM6가 유일했다. QM6는 LPG 도넛 탱크 마운팅 시스템으로 공간 활용성을 끌어올린 모델이다. 지난달 QM6는 2517대 판매됐는데, 이 가운데 LPG 연료를 쓰는 QM6 LPe 모델이 1772대가 판매되며 전체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밖에 현대차 쏘나타·그랜저·아반떼, 기아 K8·K5, 르노코리아차 SM6 등의 승용차와 현대차 스타리아와 같은 대형 레저용 차(RV), 봉고3와 같은 트럭이 국내에서 생산되는 LPG 차량이다.
과거 택시, 렌터카 등 한정된 목적으로만 사용되던 LPG 차량은 2019년 일반 판매 규제가 폐지되며 본격적으로 종류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LPG 차량은 휘발유나 경유 대비 연료비가 저렴하고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 배출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 강점이다. 연료 탱크가 차지하는 공간이 크다는 점도 과거보다 개선돼 경쟁력이 높아졌다. 다만 시내주행 시 상대적으로 연비가 떨어진다는 단점도 분명하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하는 자동차 누적등록 현황 통계를 보면 LPG 차량은 2020년 197만9407대에서 지난해 194만5674대, 올해 2분기 192만5298대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LPG는 지난 1월 5212대가 판매됐지만 6월에는 2000대 이상 늘어난 7373대가 판매되며 최근 LPG 차량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유럽 등에서 대체연료차 강세
유럽 등에서 LPG를 포함한 대체연료차 판매는 강세를 띠고 있다. 세계LPG협회(WLPGA)에 따르면 2020년 기준 72개국에서 2780만대의 LPG 차량이 운행 중이다.
2000년 이후 LPG 차량 보급대수는 매년 평균 7% 성장했다. 2000년 750만대 수준이던 LPG 차량은 2020년 2780만대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LPG를 지구온난화 대응을 위한 친환경 대체연료로 장려하고 있는 유럽에서는 세계 LPG 차량의 72%인 1998만대가 운행 중이다.
유럽 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럽에서 LPG와 E85(바이오에탄올) 등 대체연료차 판매량이 13만261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7% 증가했다. 반도체 등 부품 공급 문제로 전체 자동차가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한 460만8205대 판매된 것과 비교하면 LPG 차량 판매 증가세가 확연하다.
같은 기간 전기차(BEV)가 45만7608대 팔리며 전년 동기 대비 28.4% 증가했고, 플러그인하이브리드(HEV)가 105만2715대 판매되며 3.2% 늘어났다.
반면 휘발유와 경유를 연료로 쓰는 차량은 판매량이 감소 추세다. 같은 기간 휘발유차는 174만8561대 팔리며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22.2% 줄었고, 경유가 80만3013대 팔리며 30.6% 감소했다.
대한LPG협회 관계자는 “유럽연합(EU)은 2014년 대체연료지침을 통해 LPG를 대체연료로 지정해 LPG차 보급 확대 및 인프라 설치 권고안을 제시했다”며 “유럽 각국은 LPG를 친환경 대체연료로 지정하고 다양한 지원정책을 통해 LPG차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