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영국 스코틀랜드 이스트로디언의 뮤어필드(파71)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AIG 여자오픈(총상금 730만달러) 최종 라운드. ‘메이저 퀸’ 전인지(28·KB금융그룹)는 2라운드에서 1타 차 단독 선두에 올랐다가 3라운드에서 애슐리 부하이(33·남아공)에게 5타 차로 뒤지며 선두를 내줘 역전 우승이 쉽지 않아 보였다. 더구나 이날 15번 홀(파4)까지도 부하이에 3타 차로 끌려갔다. 남은 홀은 이제 3개.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부하이가 15번 홀에서 결정적인 트리플보기를 범하면서 대거 3타를 잃는 바람에 공동 선두가 되면서 극적인 연장전이 성사됐다.
이에 통산 4승 중 3승을 메이저에서 달성한 전인지가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는 듯했다. 부하이는 투어 데뷔 후 우승이 없는 무명이라 풍부한 경험이 있는 전인지가 좀 더 유리해 보였다. 하지만 결국 전인지는 ‘연장전 징크스’에 울고 말았다. 4차 연장까지 가는 피 말리는 혈투 끝에 전인지가 보기를 범하면서 커리어 그랜드 슬램과 시즌 메이저 2승의 대기록을 한꺼번에 눈앞에서 날리고 말았다.
전인지는 이날 버디 3개와 보기 2개로 1언더파 70타를 쳐 최종합계 10언더파 274타를 기록, 부하이와 공동선두를 이룬 뒤 연장전을 펼쳐 아쉬운 준우승을 거뒀다. 연장 승부 4전 전패다. 지난 6월 메이저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4년 만에 부활한 전인지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레이디스 유러피언 투어(LET)에서만 3승을 거둔 부하이는 LPGA 투어와 LET가 공동 주관한 이 대회를 제패하며 우승 상금 109만5000달러(약 14억2000만원)를 받았다. 남편인 데이비드 부하이는 현재 LPGA 투어에서 뛰는 이정은(26·대방건설)의 캐디다. 호주교포 이민지(26·하나금융그룹)는 7언더파 277타로 공동 4위에 올랐다. 올해 US여자오픈을 제패한 이민지는 이번 시즌 5개 메이저 대회 성적을 합산해 순위를 정하는 안니카 어워드 수상자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