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시는 서울과 인천을 잇는 수도권 서부의 지리적 요충지로 꼽힌다. 공항, 항만, 도로 등 우수한 교통 접근성을 자랑한다. 여기에 인구 밀도가 높아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풍부한 인적 자원을 보유 중이다. 반면 수도권정비계획법으로 새로운 공업용지 확보가 불가하고, 산업지구 노후화 및 지가 상승에 따라 업체가 이탈했으며, 5인 미만 영세 제조업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지역 산업을 키우거나 기업 유치에 매우 불리한 여건을 가진 게 현실이다.
부천시가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작된 경제 위기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2020년 초부터 영향력 있는 기업들에 관심을 가진 게 대표적이다. 그 결과 지난 1월 대장신도시에 들어서는 첨단산업단지에 SK그린테크노캠퍼스 유치 업무협약(MOU) 체결, 7월에는 글로벌 전력반도체 온세미컨덕터(미국)의 대규모 투자를 약속받았다. 또한 스타트업에 벤처 펀드 투자를 통해 냉장 간편식 시장의 유망 회사로 키워낸 성과도 두드러진다.
◆사업비 1조원, 연구 인력만 3000명 매머드급 ‘주목’
2020년 조성해 운용 중인 1호 펀드(스마트WE초기기업펀드1호)는 관내 기업에 시 출자액의 2배수 이상 투자한다는 조건으로 3곳에 60억원을 제공했다. 이렇게 안정적인 자금이 확보됨으로써 최근 3년 연평균 매출 118%, 고용 82% 확대를 이뤘다. 이 가운데 ㈜슈퍼메이커즈는 2017년 창업 후 연매출 200% 신장을 달성, 지난달 부천동에 국내 최대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춘 센트럴키친 제2공장을 열었다.
2호 펀드는 30억원의 시 출자액으로 조합 결성을 준비 중이다. 혁신 성장 유망 벤처를 대상으로 올해부터 2030년까지 8년 동안 운용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시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가진 청년 스타트업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윤주영 시 기업지원과장은 “친환경 첨단 기업과 연구개발 단지 유치로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며 “제조업 전반의 품질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이자 자동차, 가전제품, 첨단 스마트 정보통신기기 등에 필요한 금형 산업 육성도 부족함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익 부천시장 “신성장동력 산업 유치 등 통해 활력 넘치는 도시로 거듭날 것”
“무엇보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최고 복지이자, 최선의 해결책입니다.”
조용익(사진) 경기 부천시장은 10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민선 8기 최우선 과제로 민생 회복을 꼽았다. 그는 해법이자 포부로 “신성장 동력 산업, 친환경 첨단 기업 유치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젊은 계층이 모여드는 활력 넘치는 도시로 재설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천은 현재 대전환 시기로 정리된다. 대내외 확장기의 번영과 풍요를 누린 1990년대와는 판이하다. 기업 유출은 물론이고 인구마저 빠르게 줄어 지역 사회 전반에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그동안 관성대로면 위기 극복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조 시장은 “중장기적 비전을 명확히 설정하고 창의성을 발휘해 재도약의 발판 마련에 나서겠다”면서 “서울의 변방이나 베드타운이 아닌 주거·산업, 환경·교통, 문화가 균형을 갖춘 자족도시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장신도시, 영상문화산업단지, 4중 역세권이 될 종합운동장역 중심의 트라이앵글 산업 벨트를 구축해 글로벌·유니콘·선도 기업을 모으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로봇, 정밀의료, 디지털 헬스케어, 뷰티 등 4차산업 융합단지의 발전에도 역량을 쏟는다.
대장 첨단산업단지는 SK의 그린에너지 기술을 최초로 테스트·상용화하는 ‘탄소 제로’ 구현에 초점을 둔다고 조 시장은 소개했다. 동시에 글로벌 인재 유치와 해외 유수 업체의 접근이 용이한 전략·상징적 랜드마크로 부천의 위상을 한층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공장 증설이 어렵거나 당면 과제가 많은 기업들에는 ‘찾아가는 현장 기동반’ 등의 적극 행정으로 문제 해소를 돕는다. 시는 청년 스타트업 확대 차원에서 사물인터넷(IoT) 혁신 센터를 시작으로 연구개발(R&D) 창업 허브, 원미동 일대 경기 거점 벤처 센터에 창업 보육 공간도 마련한다.
조 시장은 “아직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스타트업이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가는 여정을 함께 걷겠다”며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우뚝 서 세수 증대 등 다양한 경제적 파급 효과로 부천의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