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폭우에 일가족 3명 사망의 비극을 부른 반지하 주택이 서울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서울시는 앞으로 지하·반지하에 대해 주거용으로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했다. 또 10∼20년 유예기간을 두고 기존 지하·반지하를 비주거용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0일 “지하·반지하 주택은 안전·주거환경 등 모든 측면에서 주거취약계층을 위협하는 후진적 주거유형으로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며 “이번만큼은 임시방편에 그치는 단기적 대안이 아니라 시민 안전을 지키고 주거 안정을 제공하기 위한 근본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에는 2020년 기준 약 20만호의 주거용 지하·반지하가 있다. 이는 전체 가구의 5% 수준이다.
시는 우선 건축허가를 통해 지하·반지하의 ‘주거 목적의 용도’는 전면 불허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건축법 개정을 협의한다.
현재 건축법 11조는 상습침수구역 내 지하층은 심의를 거쳐 건축불허를 할 수 있도록 했다. 2010년 폭우로 저지대 주택가에서 인명·재산 피해가 집중 발생하자 시가 법 개정을 건의해 이 조항이 도입됐다. 그러나 2012년 개정안 시행 뒤에도 반지하 주택이 4만호 이상 건설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시는 아예 지하층은 사람이 살 수 없도록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법 개정까지 시간이 걸리기에, 시는 건축허가 시 지하층은 주거용으로 허가하지 않도록 이번 주 중 각 자치구에 ‘건축허가 원칙’을 전달한다.
‘반지하 주택 일몰제’도 추진한다. 지하·반지하 주택에 10∼20년의 유예기간을 주고 차례로 비주거용으로 바꾸도록 유도한다. 현 세입자가 나간 뒤 창고·근린생활시설·주차장 등으로 바꿀 경우 리모델링을 지원하는 인센티브를 준다. 집 전체가 정비사업을 추진한다면 용적률 혜택을 준다.
세입자가 나가고 빈 상태인 지하·반지하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의 ‘빈집 매입사업’을 통해 사들여 주민 공동창고나 커뮤니티시설로 활용하는 안도 추진한다.
시는 또 상습침수·침수우려 구역을 대상으로 모아주택 등의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해 빠르게 환경을 개선하기로 했다. 이 지역의 지하·반지하 세입자들에게는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지원하거나 주거바우처 등을 제공한다.
시는 이달 내 주택의 3분의 2 이상이 지하에 묻혀 있는 반지하 주택 약 1만7000호 현황을 먼저 파악해 대책을 마련한다. 이후 서울 전체 지하·반지하 주택 20만호를 전수조사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위험단계(1∼3단계)를 구분해 관리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모병원 장례식장에는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서 집중호우로 숨진 일가족의 빈소가 차려졌다. 일가족 중 둘째 딸 고인 홍모(47)씨는 폭우가 쏟아진 지난 9일 새벽 신림동 반지하에서 발달장애가 있는 언니(48), 딸 황모(13)양과 함께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고인의 어머니는 병원 입원으로 변을 피했으나 정신적 충격이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조문객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고인이 활동한 노동조합의 동료들, 황양의 초등학교 친구들이 빈소를 찾았다. 야권 국회의원과 장애인인권단체 등 시민단체, 고인이 일한 면세 유통업계 관계자들도 조화를 보내 고인을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