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저씨 영정사진만 들고 뛰쳐나왔지 뭐예요.”
1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만난 최경실(62·여)씨는 폭우 이후 경기 시흥에 있는 동생 집에 머물다 돌아왔다고 했다. 최씨는 물에 젖은 집기 등을 밖으로 빼놓고 있었다.
최씨 남편은 일주일 전인 지난 4일 지병을 앓다 세상을 떠났다. 지난 8일 남편 삼우제(장례를 치른 후 3일째가 되는 날 지내는 제례)를 준비하다 물난리를 만났다. 최씨는 “오후 11시에 제사를 지내려고 다 준비해뒀는데, 오후 9시쯤 갑작스레 빗물이 집에 흘러넘치면서 몸만 빠져나왔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며 “대치동에서 청소 일을 하고 있는데, ‘비로 집이 침수됐다’고 말해도 업체에선 이를 안 믿고 일하러 나오지 않는다고 다그치기만 한다”고 눈물을 흘렸다.
지상에 있던 차들이 모두 잠길 정도로 피해가 컸던 서초구 진흥아파트도 군인 80명이 동원되는 등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해당 아파트는 아직도 전기가 끊겨 공급이 안 되는 상태다.
장병들은 지하에 위치한 전기·기계실에 토사물이 묻은 폐기물을 꺼내는 작업을 했다. 어두운 지하실을 오가다 넘어져 다리에 찰과상을 입었지만 내색 없이 꿋꿋하게 작업을 이어간 장병도 눈에 띄었다. 한 장병은 “지금 힘든 것은 폭우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에 비하면 새 발의 피나 마찬가지”라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뿌듯함이 앞선다”고 전했다.
폭우로 도로가 마비되고 실종자가 발생했던 강남역에선 실종자 수색작업이 한창이었다. 지하주차장에서 실종자가 발생한 강남빌딩 뒤편엔 통합지원본부도 설치됐다. 소방인력 20여명과 구청 관계자 및 군인 10여명이 본부 자리를 지키며 분주히 움직였다. 소방당국은 실종자를 찾기 위해 강남빌딩에 차있는 물을 빼내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남성 실종자는 이날 오후 숨진 채 발견됐다.
폭우로 피해를 입은 전통시장은 빠르게 일상을 회복하는 모습이었다. 관악구 관악신사시장엔 사람들로 활기를 띠었다. 문을 닫은 가게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동작구 성대전통시장에서도 상인들이 평소처럼 손님들을 맞았다. 성대전통시장에서 30년째 과일장사를 해온 이영연(59)씨는 “지하창고에 보관해둔 과일이 물에 휩쓸려 수천만원의 손해를 봤다”면서도 “피해를 본 지하창고 정리는 어느 정도 끝낸 상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