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심리학/장프랑수아 마르미옹/박효은 옮김/오렌지디/1만5000원
케이팝은 흑인음악이다/크리스털 앤더슨/심두보·민원정·정수경 옮김/눌민/3만원
지난해 연말 한국에서 탄생했지만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열광한 콘텐츠가 있다. 바로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456명의 참가자가 456억원의 상금을 걸고 어린 시절 즐겼던 게임에 목숨까지 건 서바이벌을 벌이는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지난해 9월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직후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넷플릭스가 서비스 중인 83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다음달 12일(현지시간)에 열리는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 시상식인 제74회 에미상에서는 13개 부문에 걸쳐 14번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 놀이를 주요 테마로 한 한국 드라마일 뿐인데 왜 사람들은 ‘오징어 게임’에 열광하는 것일까? 프랑스 심리학자이자 인문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우리네 인생이 드라마 속 황당한 설정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 역시 오징어 게임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잔인하지 않은가? 일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게임은 훨씬 더 사실적이고 노골적이며 현실적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게임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바로 생존이다.”
저자는 단순히 ‘오징어 게임’을 찬양하지 않는다. 게임 진행요원, 일명 ‘가면남’들이 대체 무슨 이유로 엄격한 위계질서와 규칙, 서로에 대한 밀착 감시를 아무런 불만 없이 받아들이는지를 설득할 대목이 부족하다는 등 심리적 허점도 지적했다.
‘오징어 게임’처럼, 아니 그보다 더 먼저 전 세계에 한국의 저력을 알려준 문화가 있다. 바로 K팝이다.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BLACKPINK)’ 등을 비롯한 한국 가수들의 인기는 국경을 넘어 바다를 건너 전 세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들이 발표한 노래는 각 나라 음원 사이트에서 상위권에 랭크되며, 그들이 입은 옷이나 하는 행동은 젊은이들이 따라한다.
전 세계 주류 문화로 떠오른 K팝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중 ‘케이팝은 흑인음악이다’는 조금 색다른 관점에서 바라봤다. 미국 조지메이슨대에서 흑인음악과 아시아 대중음악을 연구하고 있는 흑인 여성인 저자는 K팝 매력을 흑인음악과의 연관성을 통해 분석했다. 그는 K팝이 흑인음악의 세례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흑인음악과의 끊임없는 영향과 교류를 자양분 삼아 전 세계적인 대중음악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초기부터 한국 K팝 그룹들은 흑인음악을 차용했다. 솔리드는 한국 대중음악계에 꾸준히 유입된 교포 음악인의 원조라는 평가를 받았다. 샤이니의 태민, 동방신기의 유노윤호 등 오랜 경력을 가진 K팝 아이돌은 자신들에게 영향을 준 인물로 마이클 잭슨을 꼽는다.”
저자는 1990년대 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K팝 주요 곡들을 곡 구성 방식, 창법, 댄스를 비롯한 퍼포먼스, 의상 스타일, 프로듀싱 등의 측면에서 꼼꼼히 검토하고 이를 흑인음악사에 결합시켰다. 더불어 K팝의 굵직한 스타를 비롯해 프로듀서와 기획사 등의 인터뷰와 기록을 이용해 그들의 뿌리와 레퍼런스가 1960년대 이후 흑인음악에 있다고 단언했다.
또한 흑인음악이 미국 내 비주류 흑인들의 저항 정신과 비판 정신, 흑인과 비흑인 사이 협업 시스템을 통해 세계적인 인기를 모았는데, 한국 K팝도 이 같은 특징을 접목해 고도의 음악 전략을 짰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