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오늘 비가 와서…."
건물 처마 밑에서 팔짱을 낀 채 굳은 얼굴로 수해 복구 현장을 지켜보던 박모(67) 씨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고장난 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길가에 따로 빼둔 세탁기 4대 위로 비가 내리자 은색 돗자리로 세탁기를 가렸다.
근처에 머리를 자르러 간 2시간여 동안 집이 침수된 윤모(51) 씨는 목장갑을 끼고 집에서 싱크대를 들고 나온 뒤 빗줄기를 멍하게 바라봤다. 윤씨는 "하수가가 역류해 싱크대까지 뜯어내고 모조리 다 버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가 오기 시작하자 복구 작업을 하는 이들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군인들은 비에 흠뻑 젖은 채 집 안에서 밖으로 쓰레기를 옮기고, 자원봉사자들은 장화를 신고 양동이로 집에서 물을 퍼냈다.
관악구청 직원들은 얼굴에서 땀인지 비인지 모를 물기를 닦아내며 트럭에 쓰레기를 실었다. 직원들이 쓰레기더미를 헤집자 운동화, 장롱 문짝, 싱크대 거름망, 초코파이 박스, 시계 등 온갖 물건들이 쏟아져나왔다.
이날 오전 4시부터 복구 작업을 시작한 청소환경과 공무관 박한철(53) 씨는 "비가 오기 시작하니 작업을 하다 넘어지는 직원들도 생기고, 트럭에 싣던 가구가 손에서 미끄러지는 일이 생기는 등 작업 환경이 위험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비가 더 내리면 작업이 멈출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구청 직원인 정모(48) 씨는 "3일 연속 수해 피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는데 아직 절반도 못 치웠다"며 "주말 사이 비가 많이 오면 수해 피해가 반복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림동에는 이날 오후 2시 20분 기준으로 시간당 1.0㎜의 비가 내리고 있다. 기상청은 이날부터 14일까지 수도권에 최대 150㎜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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