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를 잘못 끼운 대가가 혹독하다. 교육부가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이라는 설익은 정책을 공론화 없이 내놨다가 학부모들의 엄청난 반발에 부닥쳤다. 논문 투고 금지와 음주 운전 등 숱한 의혹에도 버티던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34일 만에 사퇴하는가 하면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까지 끌어내렸다. 급기야 교육부가 ‘없던 일’로 꼬리를 내렸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대안으로 내놓은 ‘초등전일제’와 ‘돌봄교실 연장’ 역시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초등전일제는 맞벌이 부부의 돌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과후 과정’을 확대하는 게 골자다. 초등 돌봄교실 운영시간도 올해는 오후 7시까지, 내년부터는 8시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2025년부터는 모든 초등학교에 적용한다는 것이다.
얼핏 학부모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정책이지만, 일선 교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교사 입장에서는 코로나19 시국으로 방역업무가 급증한 상황에서 교육업무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교원이 감소하는데 학급 수는 늘어나는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것이다. 교원단체들은 “학교의 인력·시설 등 여건상 불가능하고, 오히려 정규 교육의 질만 떨어트릴 것”이라고 비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