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흔히 ‘레드 스테이트(red state)’라고 불리는 공화당 우세주에서는 조 바이든이 이끄는 연방 행정부와 끊임없는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주 정부와 연방 정부 사이의 갈등은 트럼프 행정부 때도 다르지 않았다. 물론 그때는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라 불리는 진보 성향의 (혹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주들이 연방 정부의 결정에 반대하는 일이 많았지만, 기본적으로 남부를 중심으로 한 레드 스테이트에서는 연방 정부의 힘을 최소화하고 주의 자치권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에는 공화당 소속의 주지사가 이끄는 플로리다주에서 미국 농무부(우리로 치면 농림축산식품부)의 정책에 반대해서 각급 학교들에 “농무부가 내려보낸 가이드라인을 무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지자체와 정부가 노골적으로 대립하는 모양새인데, 도대체 연방 정부가 무슨 가이드라인을 강요했기에 이런 일이 생겼을까?
문제의 핵심은 ‘타이틀 나인(IX)’이라 불리는 연방법이다. 1972년에 제정된 이 법은 미국 연방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학교들은 교내에서 성차별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법을 성소수자(LGBTQ) 학생들이 학교에서 동등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석했고, 급식 등으로 농무부의 지원을 받는 학교들에 가이드라인을 내린 것. 하지만 플로리다를 비롯한 20개의 레드 스테이트에서는 이 가이드라인이 법적 근거가 없다며 법원에 제소한 것이다.
그런 킹은 슐츠를 만나서 자신의 재단에 이사로 활동하기를 권했는데, 슐츠는 뛸 듯이 기뻐하며 수락했다. 피너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이 만화에 등장하는 아이 중 운동을 제일 잘하는 건 페퍼민트 패티라는 여자아이다. 이 아이는 직접 동네 야구팀을 꾸려서 운영할 뿐 아니라 하키, 모터사이클까지 하는 스포츠광이다. 슐츠는 이 캐릭터뿐 아니라 다른 여자아이들 캐릭터들도 각종 스포츠 활동을 좋아하는 걸로 묘사해서 여학생이 운동하는 것은 당연하고 긍정적이라는 인식을 퍼뜨렸다. 미국의 대중이 아직 ‘스포츠는 남자아이들의 활동’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때 슐츠의 만화 속 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과 전혀 다르지 않게 스포츠를 즐겼다.
지난 글에서 캐서린 스위처가 1967년에 보스턴 마라톤에 참여해서 완주한 첫 여성이 되었고 그런 그를 도운 남성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찰스 슐츠는 또 다른 의미에서 여성들의 스포츠 활동을 돕는 조력자 역할을 했던 것이다. 무려 50년 동안 신문에 실리면서 미국 대중문화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슐츠의 만화가 미친 영향력은 크다. 워낙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만화였기 때문에 여성의 스포츠 활동에 부정적이었던 사람들도 슐츠의 만화는 아무런 반감 없이 받아들이면서 생각이 바뀐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남성들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여성은 남성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라는 말로 이해돼서는 안 된다. 그들은 자신의 상식에 따라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지 ‘백마 탄 기사’가 아니다. 이를 강조한 사람은 다름 아닌 슐츠의 아내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상을 떠난 남편의 활동을 이야기하면서, “하지만 이 법을 통과시키고, 이의를 제기하고, 이 어젠다를 살려낸 것은 여성들”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