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장악 1년… 아프간 ‘최악 암흑기’

경제 파탄 나 국민은 기아에 허덕
인권침해·여성탄압 갈수록 더해
美 정치권, 철수과정 다시 쟁점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탈레반의 재점령 1주년이 되는 15일 아프가니스탄에서 인권 침해는 일상화되고 국민은 기아 상태에 허덕이고 있다.

 

탈레반은 이날을 공휴일로 선포했다. 아프간 정부는 특별한 행사는 진행하지 않았으나 전날 성명에서 “15일은 미국의 점령에 맞서 승리한 지 1주년 되는 날”이라며 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경계 서는 탈레반 전투원 험상궂은 표정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탈레반 전투원들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옛 대통령궁 앞에서 자동소총을 들고 경계를 서면서 노려보고 있다. 탈레반의 재점령 1주년을 맞는 15일 아프간에서는 인권 침해가 일상화되고 국민은 기아 상태에 허덕이고 있다. 카불=AFP연합뉴스

탈레반 지지자들은 탈레반의 재집권을 환영하지만, 지난 1년 아프간은 최악의 상황을 보냈다. 재집권 초기 온건한 모습과 달리 극단적인 이슬람법 해석에 기초한 통치를 전면에 내세워 탈레반 정권 시절(1999∼2001년)을 방불케 하는 인권 침해가 반복되고 있다고 일본 지지(時事)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탈레반은 종교경찰을 부활해 여성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 공직에서의 여성 추방과 중등 교육 배제, 근친 남성을 동반하지 않은 외출 금지, 공공장소에서 얼굴과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 착용 의무화 등이 잇따라 시행되고 있다.

 

탈레반은 또 권력 장악 초기 전 국민에게 사면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전 정권 관계자와 가족을 찾아내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살해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유엔 아프간지원단(UNAMA) 보고서에 따르면 전 정권이나 치안부대 관계자 최소 160명이 초법적으로 처형되고, 178명이 자의적으로 체포·구속됐다.

 

언론 탄압도 심각하다. 탈레반은 정권 비판 보도를 불허하고, 외국 매체의 뉴스 방영을 금지했다. 국제 언론탄압 감시 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SF)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후 탈레반의 압박과 경제 상황 악화로 언론사 40%가 활동을 중단했고, 저널리스트 60%가 이탈했다. 경제도 심각해 “경제는 파탄 나 식량 부족으로 많은 국민이 기아 상태에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미국 정치권에선 지난해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과정을 둘러싼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들은 14일(현지시간) 자체 조사 보고서를 통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철군 결정을 내렸다며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시야에 둔 정치 쟁점화에 나섰다. 보고서는 미군이 지난해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철군 방침을 발표하기 나흘 전에야 민간인 철수 작전에 대한 대비를 지시받았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에이드리엔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에 대해 “부정확한 묘사와 유리한 정보 편집, 잘못된 주장으로 가득 차 있다”며 “20년간 교착된 전쟁이 악화하지 않도록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미군을 보내야 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거부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