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대한민국은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는 1990년대 CDMA 기반 2G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이후 우리만의 성공 방정식을 발전시켜 온 결과다. 한국은 새로운 이동통신 기술의 전국망을 빠르게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빠른 시행착오를 거쳐 반도체와 같은 부품 산업과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서비스 산업 등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쌓고 세계 IT 시장을 이끌어 왔다. 정부는 이러한 성공 방정식을 기반으로 5G에 이어 6G까지도 세계 최초 상용화를 이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으나, 현 상황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첫째, 대한민국도 이동통신 기술 분야에서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빠져들 위험이 있다. 새로운 이동통신 기술의 ‘세계 최초 상용화’는 이전 기술로 글로벌 시장을 석권한 국가의 영예로 인식된다. 일본은 2G에서 ‘i-mode’로 글로벌 모바일 시장을 이끈 NTT도코모와 손잡고 세계 최초로 3G 상용화를 이뤘다. 이후 스웨덴은 3G 시대 세계 이동통신 장비 시장을 선도한 에릭슨과 4G 세계 최초 상용화에 성공한다. 허나 일본은 끝내 3G 시대에 적응하지 못했고, 스웨덴도 4G 시장에서 점차 중국 화웨이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소위 ‘세계 최초 상용화의 저주’라고 부르는 이 현상은, 이전 기술로 한 시대를 풍미한 국가가 세계 최초 상용화 기록에 도취되어 신기술이 요구하는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다. 이는 한국에서도 목격된다. 지난 정부의 5G+ 전략은 세계 최초 상용화를 과시하기 위한 성격이 강했고, 그 결과 5G 스마트폰과 이동통신장비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최고 순위는 2019년 1위에서 2021년 5위로 하락했다. 이 와중에 5G 세계 최초 상용화에 실패한 중국은 시장 확대에 집중하고, 미국은 밀리미터웨이브 등 새로운 기술 적용에 집중하며 칼을 갈고 있다.
둘째, 6G 기술이 상용화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 탓에 현 정부가 이를 투자하고 준비할 유인이 적다. 현 정부의 임기는 2027년 5월 끝나는데 비해 6G 기술 투자 성과는 2030년 즈음에나 나타나 다음 정부의 공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6G는 5G까지와는 전혀 다른 ㎔ 주파수 대역을 활용하는 새로운 기술이 핵심이므로 그간 한국이 축적해 온 기술 상용화 역량을 쉽게 적용하기 어렵다. ㎔ 주파수 영역 연구를 선도해 온 일본과 유럽은 이를 기회 삼아 6G 시장에서 글로벌 모바일 리더십을 재탈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