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상청, ‘국민이 공감하는 예보정확도 평가법’ 만든다더니… 소리소문 없이 ‘무산’

기상청이 지난해 업무계획에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예보 정확도 평가법을 새로 만들겠다고 밝히고 국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국민디자인단’까지 꾸려 운영했으나 최종적으로 개발이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새 평가법을 만들기보다 기존 방법의 활용도를 높이는 게 낫다고 내부적으로 결론 내렸단 것이다. 

 

18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기상청은 신규 예보 정확도 평가법 개발에 앞서 국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지난해 5월 국민디자인단을 모집한 뒤 5개월여 운영했다. 이는 지난해 초 업무계획을 통해 ‘국민체감형 신규 예보평가지수’를 개발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었다. 국민디자인단은 정책 수요자인 국민과 서비스 디자이너, 공무원이 참여해 공공서비스를 개발·발전시키는 국민참여형 정책 모형이다.

서울 동작구 기상청 본청 전경. 세계일보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이 기상청으로부터 받은 ‘2021년 기상청 정부혁신 실행계획’ 자료를 보면 새 평가법 개발 추진 배경과 관련해 “비전문가를 고려하지 않은 단편적인 예보정확도 지수 제공으로 예보업무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 저조·오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예보 정확도’ 제공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민디자인단을 운영한 뒤에는 새 정확도 평가법 개발 계획을 엎어졌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통계 전문가가 한 분 포함됐지만 국민디자인단 구성원 대부분이 기존 평가법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결론적으로 새로운 평가법 개발보다는 기존 평가법을 더 잘 알리는 게 중요하다는 쪽으로 내부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국민디자인단에서 신규 평가법 개발을 위한 의견이 전혀 오가지 않은 건 아니다. 대표적으로 정확도 평가 대상 범위를 줄이는 안이 논의됐다. 기존 평가가 모든 기간의 예보를 대상으로 하는데, 실제 국민이 주로 확인하는 오늘·내일 예보만 평가 대상으로 삼는 게 어떠냐는 내용이었다. 다만 이런 아이디어는 개발 자체가 무산되면서 실현되지 못했고, 기존 예보평가지수 3종(강수유무정확도·강수맞힘률·임계성공지수)이 현재까지 그대로 활용되고 있다. 

 

애초 국민디자인단 운영 목적이 신규 예보평가지수 개발이었던 걸 고려할 때 일정 예산을 투입하고도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성과가 없다고 할 수 없다”며 “국민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소통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을 이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기상청의 예보 정확성에 대한 소통이 현시점에서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평가하긴 어려워 보인다. 서울 시내 저지대가 침수 피해를 본 지난 8일 폭우 이후 기상청의 예보 정확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은 상황이다. 빅데이터 분석서비스 ‘썸트렌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7월18일∼8월17일)간 인스타그램·블로그·뉴스·트위터에서 ‘기상청’을 평가하는 긍·부정 단어 중 가장 빈도가 높은 게 ‘틀리다’(2759건)였다.

 

노웅래 의원은 “국민이 기상청을 불신하는 건 단순히 인식 부족 때문이 아니라 실제 정확도가 낮기 때문”이라며 “결국 신뢰도를 높이려면 정확도 제고를 위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는 동시에 국민이 체감하는 정확도에 근접한 지수인 강수맞힘률을 ‘대표 지표’로 삼는 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 2분기 기준 강수맞힘률은 57%(0.57)인 데 비해 강수유무정확도는 93.3%, 임계성공지수는 39%(0.39)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