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관가에서 “윤석열 대통령 만세” 소리가 울려퍼진다고 한다. 일을 안 시켜서라는 ‘웃픈(웃기면서 슬픈)’ 얘기가 들린다. 정권이 바뀌면 으레 새로운 국정방향이 하달되고, 정부부처는 맞춤형 정책을 개발하고, 인사판을 새로 짜고, 매일 청와대 불려가 보고하느라 바쁘기 마련인데 이 정권은 그런 일이 거의 없는 모양이다. 시쳇말로 ‘쪼아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료들에겐 태평성대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민정수석실이 사라진 탓이 크다. 과거 정부에서는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이 관가를 종횡무진 다니며 관료들의 복무기강, 특이사항,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도 등의 정보를 수집했다. 그러나 현정부에서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면서 ‘특감반원’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민정수석실의 하부조직이던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살아남아서 일부 기능을 담당하지만 이전의 위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감사원과 국무총리실에서 비슷한 일을 하지만 이들은 인사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겁을 내지 않는다.
인사가 늦어지는 것도 민정수석실 폐지의 한 여파다. 현정부에선 인사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 법무부가 제각기 인사 과정에서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 민정수석실 ‘원톱’ 구조를 세 군데로 쪼갠 것이다. 민정수석실의 폐단을 없앤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인사추천과 검증절차 자체가 복잡해지면서 병목현상이 생기고 있다. 대통령실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는데도 인사가 늦어지는 건 검증 시스템 자체에 개선 필요성이 있어서인 것이다. 민정수석실 업무인 공직감찰, 인사검증 가운데 공직감찰 기능은 없애고, 인사검증 기능은 반쪽만 남긴 게 현정부의 대통령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