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낮은 국정 지지율에… ‘북풍 이슈’ 카드 꺼낸 與

文정권 인사 무더기 고발 왜
보수층에 민감한 북송 등 꺼내
역대급 낮은 국정 지지율 돌파
당 내홍 해결·민생 대책은 뒷전
일각선 “역풍 불 수 있어” 우려
野 “기록 열람 되는데 쇼 벌이나”

국민의힘의 19일 문재인정부 외교·안보 라인 인사들에 대한 무더기 고발은 지지층 결집을 통해 윤석열정부의 국정 동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보수층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전 정권의 북한 관련 이슈를 건드려 윤 정부의 역대급으로 낮은 국정 지지율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당 내홍 사태를 해결하고 민생 대책을 내놓아야 할 시점에 집권 여당이 전 정권 청산에 몰두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을 중심으로 국민의힘이 전 정권에 대한 사정 정국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여야 관계는 급랭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한기호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TF 위원장, 태영호 TF 위원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삼척항 목선 입항 건, 탈북 어민 강제 북송 건, 백령도 NLL 월선 건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태스크포스(TF)는 이날 그동안 진행한 문재인정부의 대북 안보 이슈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근거로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문재인정부 인사 10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TF가 문제 삼은 사건은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삼척항 목선 귀순’ 사건, ‘북방한계선(NLL) 월선 선박 북송’ 사건 등 총 3개다.

이날 세계일보가 입수한 TF의 고발장에 따르면, TF는 문 정부가 헌법상 우리 국민인 탈북 어민 2명을 근거법 없이 강제 북송 조치했고, 이에 따라 어민 2명의 헌법상 권리인 생명권과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TF는 고발장에서 “이들은 나포 당시부터 ‘귀순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북한이탈주민은 대한민국의 영역 내에 진입하고 ‘귀순 의사’를 표시한 순간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탈북 어민들은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에 따라 보호되어야 하고 대통령은 이들의 생명을 보호할 책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TF는 문 정부가 고문 받을 위험이 있는 국가로의 송환·추방·인도금지 의무 위반 등을 규정한 고문방지협약, 난민협약 등 국제법을 어겼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TF는 강제 북송에 관여한 노 전 대통령 비서실장, 윤건영 전 국정상황실장 등 문 정부 인사 7명을 살인과 직권남용죄 등으로 고발했다.

지난 2019년 6월 15일 오전 6시50분쯤 강원 삼척시 정라동 소재 삼척항에 자력으로 입항한 북한 선원 4명이 북한에서부터 타고 남하한 목선에 선 채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삼척=뉴시스

TF는 삼척항 목선 귀순 사건과 관련해선, 문재인정부가 귀순 사건을 은폐·조작한 의혹이 있고 그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으며, 당시 국방부 장관과 합동참모의장이 가담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2019년 북한 주민 4명이 탄 목선이 강원 삼척항에서 발견됐는데 그중 2명이 귀순, 2명은 북한으로 송환된 사건을 말한다. TF는 이와 관련해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 3명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죄로 고발했다.



지난 3월에 있었던 북방한계선(NLL) 월선 사건에 대해선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2명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죄로 고발했다. TF는 고발장에서 “북한 군인이 연루된 북한 선박 월선 사건에 대해 중앙합동조사가 아닌 지역합동조사가 실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당초 중앙합동조사로 추진되었으나 국방부가 조사 중간에 송환을 결정하여 지역합동조사로 마무리되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초 TF는 문재인 전 대통령도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해 살인죄 명목으로 고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었으나, 일단은 잠정 보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이 직접 문 전 대통령을 고발하는 것은 전임 정부에 대한 대대적인 ‘적폐 청산’에 나서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7월 12일 통일부가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송하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탈북어민이 몸부림치며 북송을 거부하는 모습. 통일부 제공

그럼에도 집권 여당이 전 정권에 대한 사정 정국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TF 위원인 전주혜 의원은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통령을) 고발 대상에선 제외했다”면서도 “북송 사건과 관련해서 노 전 실장의 윗선이 있다고 하면, 검찰에서 정상적으로 수사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문 전 대통령을 겨눴다. 국민의힘이 문 정부의 북한 관련 사건을 정면으로 겨눈 것은 그만큼 보수층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슈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윤 정부의 국정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는 것이다.

야당은 국민의힘 고발에 강하게 반발했다. 문 정부 청와대 출신인 한 민주당 의원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TF라는 곳이 제대로 된 사실관계도 파악하지 않고 막 질렀다가 나중에 거둬들이고 이렇게 해선 안 된다”며 “전 정부는 떳떳하다. 지금 정부가 당시 기록이나 자료들을 모두 볼 수 있음에도 왜 이런 ‘쇼’를 벌이는지 모르겠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