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법인세 인하’… 정부와 야당의 찬반 논리·근거는? [세종PICK]

“경제 기조를 철저하게 민간 중심, 시장 중심, 서민 중심으로 정상화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대통령에게 듣는다'에서 질문을 위해 손을 든 취재진을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경제 정책과 관련해 강조한 내용이다.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폐기하고 시장 친화적으로 경제를 운용해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윤 정부는 대대적인 규제 개혁과 세제 개편을 예고한 상태다. 규제개혁엔 여야 간 이견이 두드러지진 않는다. 문제는 세제 개편이다. 대표적으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두고 정부·여당과 야당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해 높은 수준인 우리나라의 법인세를 인하해야 기업 투자가 증진되고 경제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당은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법인세 인하가 기업 투자를 촉진하는 유인이 될 수 없고, 세수 감소만 초래해 재정 여력만 축소시킬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20일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열린 기획재정위원회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추진하려는 정부와 저지하려는 야당의 논리가 첨예하게 맞붙은 자리였다. 기업 투자 효과, 부자 감세 논란, 세수 감소 영향 등을 두고 양 측은 팽팽하게 대립했다.

 

◆정부, “법인세 인하로 기업 투자↑, 장기적으로 세수도 늘어”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기업 투자를 유발하는 효과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세금을 깎아주면 투자와 일자리가 늘어날까요’라는 질문에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저는 늘어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세금을 낮춰주면 분명히 투자 유발하는 유인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은 여러 기관들이나 연구보고서에도 적시돼 있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학문적인 연구를 차치하고 세계 각국이 법인세를 쭉 내려왔다. 왜 내렸을까. 그게 다 기업 활력이나 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문재인정부를 제외하고 역대 정부에서 다 법인세를 내려왔다면서 “우리가 해외 유턴 기업들에 대해서 지방에 기업들을 유치할 때 왜 우리가 법인세 등에 관해서 세제 혜택을 주느냐. 여전히 세제는, 법인세 등은 기업에 굉장히 중요한 유인체계다. 저는 이것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추 부총리는 복합위기 상황에서 법인세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해서도 “저는 오히려 역으로 생각을 해본다. 사실은 앞으로 경기가 후퇴해 가는 우려들이 조금씩 커지고 있는 이런 시점에 오히려 기업활력 제고나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 이런 장치가 선제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부자감세라는 시각에 대해서도 추 부총리는 부인했다. 그는 “기업은, 그 세금이 특정 누구한테 가는 것이 아니고 그게 주주들한테 가고 근로자들한테 가고 협력업체들한테 가고 소비자들한테 귀착되는 세금이 바로 법인세”라면서 “우리가 몇 개 대기업을 생각하는데 그 대기업의 주주 수가 500만명이다. 다 그 기업의 주인들이다. 그 법인세의 혜택은 주주 그 다음에 기업의 투자, 근로자, 협력업체, 소비자들한테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또 “대기업 부담 경감률이 한 10% 정도인데 이번 세제 개편으로 중소기업은 약 13% 정도 세금 부담이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아울러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로 당장은 세수가 감소하겠지만 법인세 인하로 경제 성장이 이뤄진다면 더 큰 세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추 부총리는 “이것이(법인세 인하가) 우리 성장잠재력을 키우고 이것이 곧 세수 기반을 확충한다, 하루 이틀의 세수 문제도 중요하지만 구조적으로 세수 기반을 확충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이런 취지에서 이번에 법인세 인하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랜드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TV 생중계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뉴스1

◆“국고로 들어갈 돈이 기업유보금으로 자리이동하는 효과만 나올 것”

 

반면 야당은 법인세 인하를 통해 정부가 기대하는 소위 ‘낙수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고, 더욱이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투자 증진보다는 기업들의 사내 유보금만 늘려주는 부적절한 정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낙수효과란 대기업이 성장하면 성장세가 중소기업 등 서민경제에도 이어진다는 이론이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시켜서 혜택을 보는 기업은 전체 90만개 법인 중에서 3000억원을 초과하는 0.01%인 103개 정도이고, 모두 다 재벌, 대기업이다”면서 “법인세 인하 혜택은 역대 최고 호황을 누리고 있는 삼성전자 등 재벌 대기업과 예대마진 폭리로 올해 상반기에만 19조가 넘는 이자이익을 거둔 4대 금융지주 등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 의원은 특히 이명박정부 때 법인세가 인하됐지만 20대 대기업 사내유보금 액수가 2009년 322조에서 2013년 589조로 늘어나는 등 대기업 투자 확대 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제가 노무현 대통령 때 청와대에 있었는데 그때 법인세 감세를 하고 나서 2년 후에 평가를 했다. 그때 투자 활성화나 고용이나 또 경제 활성화에 특별한 영향이 없었다”면서 “결과적으로 그 당시에도 보면 사내유보금만 쌓는 그런 결과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법인세 감세정책이라는 것은 경기가 좋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을 때 투자로 이어지는 것이지, 이명박 정권 때나 트럼프 때나 다 경기가 어렵다는 전망 때문에 그것이 투자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법인세 감세가 연 6~7조원 한다고 하는데 삼성전자가 2분기에 14조 정도 영업이익이 났고 연간 54조를 번다. 그리고 1년에 세금을 한 해당 13조원을 내고 있다”면서 “이 정도 가지고서 감세해서 투자가 늘어난다, 이것은 제가 보기에는 현실에 있어서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같은 경우는 제조업 산업의 포트폴리오가 세계에서 가장 균형 잡힌 나라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공급과잉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이제 글로벌 투자는 어떤 숙련된 인력이 있느냐, 연관 기술이 있느냐 이런 것이지, 결론적으로 이번에 감세한 것은 제가 보기에는 국고로 들어갈 돈이 기업유보금으로 자리 이동하는 효과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