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가능하다는데… 문재인 前 대통령 사저 앞에 평화가 찾아올까

경호범위를 울타리에서 300m로 넓혀
시위 금지는 못해…폭력 시위는 제재가능
文 측 “강력히 법 집행하면 달라질 것”

“강력히 법을 집행하면 많은 부분이 달라질 거에요. 경호구역 확대에 따른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합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경남 양산에서 보좌하는 관계자는 21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문 전 대통령 부부는 퇴임 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를 떠나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에서 지내고 있다. 평온하던 이 곳은 문 전 대통령 부부가 내려간 뒤 시끌벅적해졌다. 문 전 대통령을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이 확성기와 스피커 등을 동원해 장송곡을 틀거나 욕설과 모욕, 협박이 뒤섞인 시위와 집회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밤낮없이 계속되는 집회에 마을 주민 10여명이 불면증과 환청 등을 호소해 병원 정신과 등 치료를 받았다. 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도 마찬가지다. 

 

21일 대통령 경호처가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경호를 강화한다고 밝힌 가운데 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진보 성향 단체와 문 전 대통령을 규탄하는 극우 성향 단체들이 집회와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평산마을 주민 제공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양산 사저를 다녀올 때마다 소셜미디어에 글을 남기며 시위 자제를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도 직접 나서달라는 요구를 수차례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7일 출근길에 “대통령 집무실(주변)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니까 다 법에 따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시 윤 대통령이 시위 자제를 요청할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대통령은 묵인의 길을 택한 셈이다.

 

그러던 지난 19일 윤 대통령과 국회의장단이 만났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윤 대통령에게 문 전 대통령 경호 관련 건의를 했다. 이를 윤 대통령은 수용한 뒤 김종철 경호차장에게 직접 양산에 내려가 문 전 대통령을 만나고 현장을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은 문 전 대통령 고충 해결을 고리로 ‘협치’의 손을 내밀었다고 했다.

 

경호처는 이날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의 집회 시위 과정에서 모의 권총, 커터칼 등 안전 위해요소가 등장하는 등 전직 대통령의 경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라며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평산마을 주민들의 고통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경호처는 경호구역 확대와 함께 경호구역 내 검문검색과 출입통제, 위험물 탐지, 교통통제, 안전조치 등도 강화할 계획이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이번 조치는 오는 22일 0시부터 효력이 발생했다. 지금까진 사저를 둘러싼 울타리까지가 경호구역이었는데, 이를 울타리에서 최대 300m까지로 넓힌 것이다.

 

관련 보도만 살펴보면 사저 300m이내에서는 집회·시위를 벌일 수 없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경찰청은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집회·시위는 법으로 보장된 권리이기 때문에 신고하면 경호구역 내에서도 계속할 수 있다”며 “다만 최근 커터칼 난동 사건 등 안전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자는 차원에서 경호 범위를 넓히고 경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호처도 300m 내에 한해 집회·시위 과정에서 안전에 대한 위협 소지가 있을 경우 경찰과 함께 적극적인 개입에 나설 수 있다. 결국 대통령실이 의도한 ‘협치’가 작동하려면 경호 범위 안에서 ‘법 집행’이 얼마나 엄정하게 이뤄질 지가 관건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