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서 더불어민주당으로 평생 외길 걸은 허대만씨 별세

1995년 포항시의원 당선 후 내리 7번 낙선 경험
민주 경북도당, "지역주의 극복 위해 애써" 애도
'경쟁과 협력의 상생 정치 실현' 꿈 끝내 못 이뤄

진보 정당들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경북 지역에 보수 정당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정치의 뿌리를 내리고자 애쓴 허대만 전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이 22일 별세했다. 향년 53세.

 

1969년 경북 영일(현 포항)에서 태어난 고인은 포항 대동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원래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더 깊이 공부하려던 고인은 1995년 지방자치제 전면 실시를 앞두고 지역정치에 투신할 결심을 한다.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가 열심히 선거를 준비한 고인은 1995년 제1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26세라는 젊은 나이에 포항시의회 의원으로 당선됐다. 그때만 해도 기초자치단체 의회 의원 후보자는 정당 공천이 금지돼 공식적으로 ‘무소속’이었다.

이처럼 정계에 입문하는 과정 자체는 순탄한 듯했으나 진보 가치를 지향하는 고인에게 포항, 그리고 경북 지역의 민심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고인은 1998년 제6대 경북도의회 의원 후보(자유민주연합)로 광역지자체 의정활동에 도전했으나 2위로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그 뒤로도 고향에서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후보(통합민주당), 2010년 포항시장 후보(민주당),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후보(민주통합당), 2013년 제19대 국회의원 재보선 후보(민주당), 2018년 제40대 포항시장 후보(더불어민주당),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후보(더불어민주당)로 줄곧 나섰으나 당선의 기쁨을 맛보지 못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비록 고인이 꿈꾼 선출직은 아니었으나 행정안전부 장관 정책보좌관(2017)으로 잠시 공직에 몸담기도 했다. 이듬해인 2018년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을 맡았다.

 

당명이 계속 바뀌긴 했지만 어쨌든 고인은 지금의 더불어민주당 측 사람들과 정치활동을 함께했다. 보수 정당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인 경북 지역 유권자들은 그런 고인을 흔쾌히 선택하지 않았다. 여기엔 ‘영남=보수’라고 여기는 지역감정도 한몫 했다. 고인이 떠난 뒤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첫 화면은 이런 문구로 시작한다. “‘경쟁없는 지역정치’로는 포항 발전도 국가 발전도 없습니다. 경쟁과 협력의 상생정치로 포항의 재도약을 이루겠습니다.” 하지만 이 다짐은 결국 현실로 이어지지 못하고 말았다.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은 이날 “지난 30년간 경북의 민주당으로 한길을 걸으며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희망의 정치를 구현하고자 힘들고 외로운 삶을 당당하게 살아온 고인의 뜻을 기리며 유가족들의 슬픔을 위로한다”고 애도 입장문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장례를 경북도당장(葬)으로 치르기로 한 사실과 함께 상임 및 공동 장례위원장 명단(임미애 현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 장세호 전 경북도당 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 안민석 협력의원단장, 김두관·우원식 국회의원)도 발표했다.

 

유족으로 부인과 3남1녀가 있다. 병원이나 장례식장에 빈소를 꾸리는 대신 포항 종합운동장에 시민분향소를 설치해 시민들 조문을 받는다. 발인은 24일 오전 9시, 장지는 포항 금강사 추모관. (054)841-8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