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바스키아, 자코메티, 프랜시스 베이컨 등 현대미술사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작가 걸작이 새 주인을 찾아 서울에 온다. 우리나라 미술시장이 열린 이래 최대 행사로 주목받아온 ‘키아프(Kiaf·한국국제아트페어) 서울’과 ‘프리즈(Frieze) 서울’이 열흘 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각각 9월2∼6일, 9월2∼5일 일정으로 열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대 이후 처음 열리는 미술계를 넘어선 문화계 초대형 국제행사에 뜨거운 기대와 긴장이 교차하고 있다.
키아프와 프리즈 운영위원회는 22일 서울 중구 정동 한 연회장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행사에서 선보일 주요 작품 명단을 공개했다. 세계 3대 아트페어로 손꼽히는 프리즈에는 프랑스 입체파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Femme au beret rouge a pompon(술이 달린 붉은 모자를 쓴 여자)’(1937)와 스털링 루비의 ‘TURBINE. ABALONE CAGE(터빈. 아발론 케이지)’(2022), 루이스 부르주아의 ‘Gray Fountain(회색 분수)’(1970∼1971), 마리나 페레스 시망의 ‘Untitled(무제)’(2021) 등이 출품된다. 또 앤디 워홀, 프랜시스 베이컨, 장미셸 바스키아, 알베르토 자코메티, 로이 릭턴슈타인 등의 미술사 걸작들, 데이미안 허스트, 무라카미 다카시, 에드 루샤, 앤터니 곰리, 솔 르윗 등 당대 명성 높은 작가 작품들이 함께 선보인다.
이는 세계 4대 갤러리인 데이비드 즈위너, 가고시안, 하우저앤드워스, 페이스를 비롯해 전설적 화랑 카스텔리 갤러리, 애콰벨라갤러리즈가 이번 프리즈 서울에 참여한 덕분이다. 고미술 화상으로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다니엘 크라우치 레어북스 갤러리는 1593년 출판된 드 조드의 최초의 유럽식 지도 등을 들여온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트페어 키아프에서는 갤러리현대가 한국 아방가르드 전위예술가 이건용을 소개한다. 아시아 최대 갤러리 탕 컨템포러리 아트는 아이웨이웨이 신작을 내놓을 예정이다.
영국 기반인 프리즈의 이번 서울 개최는 ‘프리즈 로스앤젤레스’ ‘프리즈 뉴욕’ ‘프리즈 런던’ ‘프리즈 마스터스’에 이어 ‘프리즈 서울’이라는 다섯 번째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이기도 하다. 키아프는 20차례 진행돼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최장수 아트페어다. 두 아트페어가 동시에 같은 장소에서 개최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세계 미술계를 움직이는 미국 뉴욕현대미술관, 구겐하임,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의 큐레이터, 연구자, 작가, 컬렉터 등도 대거 입국한다.
이처럼 키아프·프리즈 동시 개최는 단순히 국내 미술시장 팽창을 넘어선 한국 문화계 이정표적 사건이 될 전망이다. 전후 한국 경제의 꾸준한 성장이 뒷받침되면서 문화 콘텐츠 강국으로 세계적 각광을 받고 있는 대한민국이 문화강국으로서 자부심을 드높이는 사건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프리즈 서울의 디렉터 패트릭 리는 “우리는 서울을 찾은 관람객들이 문화 간 경계를 넘나드는 대화와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에서 한국 대표 작가들을 선보여온 티나킴 갤러리의 이단지 디렉터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미술 현장에서 ‘아시아’라고 했을 때 대표로 통했던 중국이나 홍콩이 아니라, 서울이란 도시로 아시아 미술 대표자가 바뀌는 출발점이라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미술관의 디렉터, 큐레이터, 연구자 등 미술 담론 생산자들이 대거 입국하고 한국 작가 작업실을 방문하는 스케줄을 여럿 만들고 있다”며 “이처럼 세계 미술계 인적 인프라가 국내에 형성되면서 생기는 변화가 주목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