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먹거리를 책임지는 생명산업이자 우리 경제의 근간인 농·수산업은 각종 도전에 직면한 상태다. 농어촌 인구감소에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 등 농·수산업 종사자들이 맞이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창의적인 기술개발과 이를 통한 경영 혁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세계일보는 이처럼 농·수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신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소득 증대에 힘쓰고 있는 우수 농·수산업인을 발굴해 ‘세계농·수산업기술상’을 시상하고 있다. 1995년 세계농업기술상으로 시작해 지난해부터는 수산업 부문까지 신설하며 명실상부한 농어업계 대표 시상식으로 거듭났다. 지난 1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28회 세계농·수산업기술상 시상식에선 총 14명의 농어업인 및 단체 대표자, 유공 공무원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신기술 개발은 물론 동료·후배에 공유까지
수산업 분야 기술개발 대상은 김성호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회장이 차지했다. 김 회장은 오징어채낚기어선업을 경영하면서 어선 내 활어 수조 개발로 오징어 생존율을 높이고, 서해 오징어 신시장 개척 등을 통한 어업소득 창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수산업 분야 심사위원장을 맡은 임광수 전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장은 “오징어채낚기 어업의 부가가치를 비약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현장 경험을 통해 개발했을 뿐 아니라, 이를 동료 및 후계어업인들에게 남김없이 공유·제공함으로써 수산업을 선도하는 젊은 수산경영인의 모범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기술개발 우수상은 경남 거제시에서 굴 양식업을 하고 있는 엄준 명등수산 대표에게 돌아갔다.
◆국내 넘어 해외시장으로…‘협동의 힘’으로 경쟁력↑
수출농업 대상은 전남 장성군 농업회사법인 북하특품사업단 정병준 대표가 받았다. 장류를 중심으로 전통식품 40여종을 미국·호주·일본·베트남·중국 등 5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북하특품사업단은 지난해 126만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정 대표는 제품 차별성을 위해 삼채분말·와사비분말을 넣어 젓갈의 비린 맛을 잡고, 항산화에 도움을 주는 제품을 개발해 이에 따른 특허를 얻는 등 기술개발에도 힘써왔다. 또 ‘부부, 카카’라는 자체 캐릭터를 만들어 해외 소비자들을 상대로 한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수출농업 우수상은 황규우 한국쌀전업농 완도군지부 대표가 수상했다. 황 대표는 전라남도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쌀 품종인 ‘새청무’를 관내 전업농가와 함께 생산하고 완도군농업기술센터·완도군농협연합RPC·농협NH무역 등과 협력해 러시아·미국 등에 수출하고 있다.
협동영농 대상은 충남 당진양봉연구회 이강신 회장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당진양봉연구회는 양봉생산량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밀원수 확보, 장원벌 보급, 가공 시제품 개발 및 특허출원 등에 나서며 협동영농의 모델이 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이 회장은 소포장 상품(스틱꿀·스틱화분)을 개발해 공동상품화했으며, 꿀벌 먹이 공동생산을 위해 꿀벌사료제조업 허가등록을 하고 화분떡제조생산라인을 구축해 양봉 농가 생산비 절감에 나서기도 했다.
협동영농 우수상은 전남 곡성군 일대에서 조합원 및 지역 농가와 함께 친환경 자연농업 벼 재배단지를 조성해 계약재배를 통한 협동영농을 실천하고 있는 동막영농조합법인 유장수 대표에게 돌아갔다.
◆‘숨은 노력’ 공무원·기관단체도 수상 영예
농업 분야 유공 공무원 부문에서는 한용수 완주군 농업기술센터 지방농촌지도사, 유지연 장성군 농업기술센터 지방농촌지도사, 신지영 당진시 농업기술센터 지방농촌지도사가, 수산업 분야에선 권기수 경상북도어업기술센터 소장(기술서기관)이 특별상을 받았다. 기관단체 부문 대상은 농업 분야에서 가평군 농업기술센터(기술기획과장 이원산)가, 수산업 분야에서 서귀포수산업협동조합(조합장 김미자)이 수상했다.
농업 분야 심사위원장을 맡은 허태웅 한국농수산대 석좌교수는 “우리나라 농업·농촌이 매우 어려운 데도 불구하고 수상자들처럼 현장에서는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혼자가 안 되면 협동으로 극복해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을 향해 수출하는 농가와 법인이 많다는 점에서 큰 위안이 됐다”며 “이러한 분들을 발굴하고 시상하고 홍보하는 일은 우리 농업을 더욱 경쟁력을 갖추게 하고 행복한 농촌을 만드는 데 핵심적”이라고 말했다.
◆농업분야 대상 수상자들 소감
“40년 가까이 꽃 농사를 하면서 품목을 바꿔본 적이 없습니다. 한 가지만 계속하다 보니까 내가 더 편리하기 위해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개발해 온 게 결실을 본 거죠.”
제28회 세계농·수산업기술상 농업 분야 기술개발 대상을 받은 이기성 청운농장 대표는 지난 20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화훼농사 외길을 걸으며 축적해 온 경험을 기술개발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이 대표의 기술력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꽃 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동안 더 빛을 발했다. 항공기 운항이 줄어들면서 수입비용이 늘어난 가운데 원하는 시기에 튤립을 재배할 수 있는 냉동 튤립 컨테이너 재배기술과 수입해온 백합 씨앗을 증식·재활용하는 이 대표만의 기술 등이 수익 창출에 보탬이 됐다. 이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기술개발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수출농업 대상을 차지한 정병준 농업회사법인 북하특품사업단 대표는 “일반적인 표창이 아니라 기술상인 만큼, 제가 했던 노력에 대해 딱 찍어서 보상을 받는 느낌이라 훨씬 더 기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정 대표는 수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오랫동안 수출을 하다 보니까 바이어들이 저희를 알아봐 주기 시작한 것 같다”며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 음식에 대한 가치도 높아지는 등 여러 가지 운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저희는 동일 박람회를 5년 이상 간다. 1∼2년 차는 그냥 선보이러 가는 것이고, 3년 차 때부터 바이어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며 “바이어들도 구매팀은 거의 바뀌지 않기 때문에 3년이 넘어가면 (바이어) 본인이 전에 봤던 회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고 노하우를 전했다.
협동영농 대상을 받은 이강신 충남 당진양봉연구회 회장은 양봉 농가가 함께 힘을 합치면 행정이나 기술 등에서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연구회 활동에 뛰어들었다. 이 회장은 “협동영농으로 서로 힘을 합치면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연구회장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회원들과 관련 기관 공무원에게 공을 돌렸다. 이 회장은 “저만 혼자 잘해서 된 것이 아니다”라며 당진시 농업기술센터 및 전임 회장들의 노고를 강조했다.
이 회장은 “꿀벌이 없어지면 생태계 및 과수 농산업의 붕괴와 식량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며 “앞으로도 꿀벌과 함께 꿀벌의 공익적 기능과 가치를 높이는 양봉산업의 발전에 더욱 노력하는 단체가 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