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고위험군 현장에서 경험 있는 퇴직자들이 안전 점검을 실시하는 ‘산업안전보건지킴이’ 제도가 구직난을 겪으며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의 경력에 비해 열악한 처우와 고강도 노동 등이 구직난과 높은 퇴사율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는 올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산재 감축 효과가 미미한 상황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돼 산업안전보건지킴이들의 발길을 돌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4일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하 전국 30개 지부에서 채용한 산업안전보건지킴이 최종 인원은 701명으로 정원(800명) 대비 87% 수준에 그쳤다. 최초 채용 인원은 494명으로 정원의 61.8%밖에 채우지 못했는데, 이마저도 중도 퇴사자 119명이 발생하면서 퇴사율이 25%에 육박했다. 이에 당국은 나머지 인원을 추가 채용을 통해 급히 수혈했다.
산업안전보건지킴이는 만 55세 이상으로, 해당 분야 실무 경력이 6개월 이상인 경력자를 채용해 문턱이 낮은 편이다. 그러나 실제 이들의 실무 경력은 지난해 기준 평균 21년으로 산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공단 내규에 따라 최저임금(9160원) 시급을 받고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 시행된 이후에도 제조업 등을 중심으로 산재 사망자가 줄지 않는 등 ‘백약이 무효’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월 27일 중대재해법 시행일부터 지난달 25일까지 6개월 동안 50인 이상 기업에서 사망사고 115건이 발생해 124명의 근로자가 숨졌다. 사망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명(1.6%) 늘었다. 건설업에서 사망자 9명이 줄어든 반면, 제조업 등 기타 업종에서 되레 11명이 늘어난 결과다.
산업안전보건지킴이 제도는 특히 산재 고위험 업종에서 실효성이 증명된 만큼 구직난을 신속히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지난해 120억원 미만 건설공사 현장의 사고사망만인율(1만명당 사망자 수)을 보면 산업안전보건지킴이가 현장 순찰 및 점검을 실시한 곳은 1.02명으로 전체 평균(2.78명)의 36.7% 수준이었다. 대부분의 산재 사망사고가 기본 안전수칙을 위반해 일어난 점을 감안하면, 현장 감독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산업안전보건지킴이 제도 외에 산업안전을 뒷받침할 다른 제도 역시 부실하게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국회 예산 자료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지킴이 제도를 포함한 업종별 재해예방 사업은 지난해 894억8900만원이 배정됐으나, 이 중 803억100만원(89.7%)만 쓰이고 91억8800만원이 불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안전보건지킴이처럼 필요한 곳에 예산을 적절히 쓰지 않은 채 남긴 셈이다.
임 의원은 “산업안전보건지킴이 등의 산재 예방 효과가 입증됐음에도 당국의 제도개선 노력이 부족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보완책들도 두루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