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 고인돌 유적 훼손 논란… 허성곤 전 김해시장 “안타깝다”

경남 김해시가 세계 최대 크기 고인돌 복원·정비 사업 추진 과정에서 묘역을 훼손해 고발된 것과 관련해 이 사업을 추진한 허성곤 전 김해시장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허 전 시장은 24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 감당할 부분은 감당하겠다”고 말했다.

허성곤 전 김해시장. 연합뉴스

그는 “저도 (시장 재임 시절) 현장에 2~3차례 방문을 했지만 선거 때문에 실행 과정에서 직접 (업무에) 참여할 기회가 없었다”며 “경남도지정 문화재니깐 도 사전 승인을 받아서 이뤄졌다고 들었는데 이후 실무자들이 문화재청 협의를 빠트린 모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선거에서) 떨어져 퇴직한 사람이 뭐라고 할 말이 있겠냐”며 “어쨌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책임 소재를 두고 제가 감당해야 될 부분이 있으면 감당해야 된다. 너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허 전 시장은 “김해 지역에서 가야 문화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라 생각하고 전담 부서도 만들고 학예사도 채용했는데 담당 부서에서 사전에 소상하게 사소한 것까지 협의를 거쳐 진행해야 할 부분인데 각자 자기 일만 하다 보니깐 협업이나 협치가 좀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일하는 과정에서 문화재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이 부족했던 것 아니겠냐”며 “그렇게 이해해 주시면 되겠다”고 했다.

 

김해시 구산동 지석묘(고인돌·경남도기념물 제280호) 복원·정비 사업은 허 전 시장 재임 중 결정됐다.

 

김해시는 허 전 시장이 재임 중이던 2019년 구산동 지석묘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하고, 2020년 12월 복원·정비 공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지난 5일 문화재청 현지조사 결과 지석묘 주변에 깔린 박석(바닥에 깔린 얇고 넓적한 돌)의 이동 및 재설치를 관련법에 따라 문화재청과 협의하지 않고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석은 문화재적 의미로 지석묘의 묘역을 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석묘 밑에 박석과 박석 아래에 청동기시대 문화층(특정 시대 문화 양상을 알려 주는 지층)이 있는데도 정비공사 과정에서 시가 무단으로 현상을 변경하면서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지난 18일 매장문화재법 위반 혐의로 김해시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전임 시장 때 추진된 사업으로 현 시장이 고발된 것인데, 현 홍태용 김해시장은 지난 7월1일 취임해 이번 고인돌 유적 훼손 논란과는 관련이 없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전·현직 김해시장의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