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어머니도 평촌신도시 거주”… 1기 신도시 재정비 직속 전담조직 등 종합대책 발표

1기 신도시 재정비 문제를 놓고 중앙정부와 팽팽한 기싸움을 벌여온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4일 분당신도시의 노후 아파트 단지를 찾아 신속한 재정 지원과 실태조사 등을 약속했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다음 달 도지사 직속 전담조직을 출범하겠다며, 1기 신도시 외에 30년 넘은 원도심 노후 공동주택까지 포함한 재정비 계획을 내놨다. 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1기 신도시 재정비를 둘러싸고 이어온 설전에 대해 “오케스트라처럼 서로 협력해 조화롭게 추진하겠다”며 세간의 날 선 눈초리를 불식했다.

 

◆ 직속 전담기구·재정 지원 등 신속 대응…1기 신도시 밖 노후주택으로 확대

 

김 지사는 이날 경기 성남시 분당구 샛별마을 삼부아파트를 방문해 이 같은 내용의 ‘1기 신도시 재정비 관련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도지사의 권한 안에서 신속하고 책임감 있게 재정비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도지사 직속 전담조직 구성 △신속한 재정 지원 △노후화 실태조사 △재정비 개발 방향 수립 등을 제안했다.

분당 샛별마을 삼부아파트(588세대)는 1992년 준공된 아파트로, 올해 5월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가 발족했다. 이곳의 재건축 동의율은 이미 80%를 훌쩍 넘겼다.  

 

김 지사는 “(내 어머니도) 평촌신도시에 살고 계셔 누구보다 1기 신도시의 어려움을 잘 안다”며 10여분간 주민 의견에 귀 기울였다. 이후 단지 안을 걸으면서 주민 대표로부터 노후 아파트 단지의 주차장 부족과 상하수도관 부식, 안전 문제 등 여러 어려움에 관해 설명을 들었다. 

 

우선 김 지사는 다음 달까지 민간 전문가 자문단 형식의 도지사 직속 조직을 꾸릴 예정이다. 직속 조직에선 중장기 재정비 정책 설계 등을 담당한다. 아울러 성남 분당, 고양 일산, 부천 중동, 안양 평촌, 군포 산본의 5곳 1기 신도시의 주민이 함께하는 재정비 추진위원회를 결성한다. 추진위에는 시장과 시·도의원, 지역 연구기관 등이 참여한다. 5곳 1기 신도시의 시민 20명씩 모두 100명으로 구성되는 시민협치위원회도 비슷한 시기에 닻을 올린다.

 

노후 주택단지 가운데 재건축·리모델링이 시급한 곳에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재정 지원이 추진된다. 도지사 권한으로 집행이 가능한 특별조정교부금 등이 활용될 예정이다. 이 돈으로 노후시설 재정비 컨설팅 등을 제공하게 된다. 

 

올해 말까지는 설문조사와 현장점검 등을 거쳐 노후화 현황 실태조사가 이뤄진다. 이를 국토교통부의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에 반영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김 지사는 1기 신도시 재정비 추진 방향과 관련해선 스마트 모빌리티, 기후변화 대응 등의 가치를 담은 미래도시 설계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1기 신도시 밖 원도심 노후 공동주택도 재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지역의 30년 넘은 노후 공동주택 10개 중 8개가 신도시 밖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 1기 신도시 특별법의 재정비 대상을 일정 기간이 지난 택지개발지구로 확대하는 방안 등이 추진된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 아파트에 내걸린 재건축 추진 현수막

◆ 野 ‘국토부 장관 패싱’ 법안 발의?…기싸움 당분간 이어질 듯

 

앞서 김 지사는 원 장관과 1기 신도시 재정비 추진을 놓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설전을 벌였다. 2024년까지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김 지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파기”라고 반발하자 원 장관이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

 

원 장관은 “경기지사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며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뭘 한다는 건지 무슨 법적 효력이 있다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맞받았다.

 

이에 김 지사는 곧바로 “도지사가 뒷짐만 지고 있을 순 없다”며 반격에 나섰고 이날 1기 신도시인 분당의 아파트단지를 방문했다. 그는 줄곧 “공약 이행 여부는 수혜자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경기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원 장관과의 설전이 중앙정부와의 갈등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했지만 이 같은 기싸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 지사와 동행한 같은 더불어민주당 김병욱(성남 분당을) 의원은 “원 장관이 도시 재정비 절차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공격했다. 이어 자신이 발의한 ‘노후 신도시 재생 및 공간구조 개선을 위한 특별법’에는 도지사가 안전진단 등 신도시 재정비를 확정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했다. 이 같은 법안이 ‘국토부 장관 패싱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국회 위원회와 소위에서 법령을 병합해 만들 때 아직까지 관련 부처의 입김이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며 “실제로 국토부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지사도 ‘30만 가구에 달하는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이주 대책 수립’과 ‘서울 강남과 다른 정주·교육 여건’, ‘재건축 등에 따른 초과이익 환수 방안’ 등에 대해선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이날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1·2기 노후 신도시 재생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한다고 밝히면서 현재 국회에 제출되거나 제출될 예정인 1기 신도시 관련 법안은 7개로 늘어났다. 국민의힘에선 김은혜 전 의원과 송석준 의원 등 5명이, 민주당에선 김병욱·박찬대 의원이 각각 제출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첫 주택 공급 대책에서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수립을 오는 2024년으로 잡았고 이에 1기 신도시 주민들이 반발한 바 있다. 이 지역 아파트 가격도 급격히 하락세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