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대통령 경호실에 해당하는 미국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의 수장에 사상 두 번째로 여성이 내정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이던 시절 그 경호를 맡았던 인사다. 다만 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비밀경호국장은 백악관을 노린 이런저런 침입 시도를 제대로 막지 못한 끝에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는데, 이번 인선은 과연 “잘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현지시간) 미 국토안보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사의를 밝힌 제임스 머레이 비밀경호국장 후임으로 과거 비밀경호국의 부국장을 지냈던 킴벌리 치틀을 지명했다. 미국의 대통령, 부통령 및 그 가족들 경호를 담당하는 비밀경호국은 조직 체계상 국토안보부 소속이다.
치틀은 비밀경호국에서 25년간 근무하며 다양한 부서를 겪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이던 시절 그 경호를 담당하며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치틀에 대해 “내가 부통령이었을 때 안전과 보안에 관한 그의 조언, 그리고 판단력을 신뢰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치틀은 뛰어난 리더십을 갖춘 법집행 전문가”라며 “비밀경호국을 이끌 최고의 선택으로, 나는 그를 전적으로 믿고 또 그와 함께 일하길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비밀경호국에서 부국장급 직위까지 오른 치틀은 지난해 공직을 그만두고 민간 부문으로 옮겨 현재는 대형 식품회사인 펩시보틀링그룹의 중역으로 일하는 중이다. 북미 전역에 산재한 이 회사 물류시설 등의 보안을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정부 공무원이 되면 연봉이 확 줄어들 게 뻔하다.
이 점을 의식한 듯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은 “치틀이 공직에 복귀해달라는 우리 요구를 흔쾌히 들어준 데 대해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치틀은 민간 부문으로 옮기기 전 비밀경호국의 작전 분야에선 여성 최초로 부국장급 직위에 올랐다”며 “기업에 몸담으며 형성한 새로운 관점이 과거 25년간 경호 분야에서 쌓은 기술과 결합해 비밀경호국을 더욱 효율적인 기관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비밀경호국장은 2013년 4월 탄생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당시 53세이던 줄리아 피어슨을 국장에 발탁했을 때 미 정가와 언론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남성전용 클럽’(비밀경호국을 뜻함)이 완전히 탈바꿈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며 깜짝 놀랐다. 하지만 2014년 9월 민간인들이 몰래 백악관 경내로 들어가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며 ‘대통령 경호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거세졌고 이는 비밀경호국장의 자질 시비로 이어졌다. 결국 피어슨은 취임 1년6개월 만인 2014년 10월 사표를 제출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즉시 이를 수리했다. 비록 스스로 물러나는 형식을 취했으나 사실상 ‘경질’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후임자는 베테랑 남성 경호 요원에게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