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의 계열사이자 도서 유통·출판업을 운영하는 (주)웅진북센(북센)이 정부 발주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타 출판사의 기출간 단행본 1만6000여종에 대해 저작권을 침해한 사실이 드러나 일부 피해 출판사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북센은 지난 2019년 5월 국립국어원이 문어 자료를 정리해 공공 자료로 활용하고자 발주한 ‘말뭉치’ 사업에 참여해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었다. 총 사업비는 약 30억9000만원이었다.
북센은 사업 진행 과정에서 1226개 출판사에서 출간한 2만53종의 저작물에 담긴 문구를 인용했다.
이 중 웅진그룹이 지난 2010년 인수했던 출판물 플랫폼 ‘북토피아’의 1만5933종을 제외한 나머지 4060종에 대해 북센은 저작권 대리인을 통해 해당 종을 출간한 출판사와 저작권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과거 북토피아에 출간작을 유통시켰던 한 출판사가 북센의 이번 말뭉치 사업 진행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국립국어원과 북센 측에 고지하며 사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 출판사는 북센이 자사를 비롯한 1188개 출판사와의 저작권 협의 없이 기출간작의 내용을 무단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북센 측은 “북토피아와 자산매매계약서 및 계약서 별지 등을 검토했으나 관리 부족으로 매매계약서 외에 (저작권에 대한) 정당한 권리임을 입증할 만한 보완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문제를 인지한 북센 측은 북토피아에 컨텐츠를 제공했던 출판사들과 저작권 협의에 돌입했다. 북센은 25일 현재 기준으로 문제가 된 1만5993종 가운데 30%(6194종)에 대해 저작권료 정산을 완료했고, 28%(5299종)는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 콘텐츠는 출판사의 폐업 등으로 정산하지 못한 상황이며, 이에 대해 웅진그룹은 관련 법에 근거해 공탁을 진행 중이다.
이와 더불어 웅진 측은 북토피아로부터 인수한 파일 형태의 컨텐츠(XML 8만여종, 이미지 2만9000여종, 플래시 등)를 전면 폐기했다.
저작권을 침해받은 출판사 중 일부는 북센 측의 제안에 불만족스러워하는 한편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저작권을 침해당한 출판사들은 모두 북센의 처사에 반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 문제를 출판인 단체를 통해 공론화하기로 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에 따라 국내 출판업계 결사체인 한국출판인회의는 지난 23일 마포구에 있는 한국출판인회의 대강당에서 저작권을 침해당한 40여개 출판사 관계자와 웅진측 관계자, 기타 단체 인사 등을 초청해 간담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한국출판인회의에 따르면 피해 출판사들과 웅진 측이 간담회에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으며, 회의에 참석했던 출판사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출판인회의는 현재 약 500개의 출판사가 북센 측의 제안을 수락한 상황이지만 이를 거부한 출판사 역시 상당히 많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국립국어원 측은 말뭉치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국어원은 지난 24일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국립국어원 문어 말뭉치 컨텐츠 일부에 저작권 문제가 있어 전수 검토, 수정 후 재공개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아울러 국어원은 9월 초부터 저작권 문제가 없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말뭉치 서비스를 재개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