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경기 수원시의 다세대주택에서 세 모녀가 장기간 지역사회에서 단절된 상태로 살아가다가 지병과 빚이라는 생활고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우리 모두를 아프게 했다.
사람은 공감능력을 바탕으로 사회적 인간관계를 형성한다. 공감능력이 있기에 남의 불행을 남의 것으로만 보지 않는다. TV 드라마를 보며 자신의 일처럼 울고 웃듯이 자신의 운명과 연결하여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 삶을 살아가면서 부딪칠 수 있는 사회적 위험으로 질병, 재해, 노령, 실직 등을 예로 들 수 있으나, 돌이켜보면 우연적 요인에 의해서 신체적 장해를 당할 수도 있고, 경기적 순환에 따라 잘못 없는 실직을 당할 수도 있다. 그 우연적 요인이 자신이 아닌 다른 집단의 일면식 없는 사람에게 아픔을 주었더라도 그 상황에 처한 타인을 보면서 사회적 비열감이나 위기감을 가지게 된다.
사회적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는 수단은 무엇일까. 한국인의 경험에서 본다면 자신의 능력을 쥐어짜서 마련한 부동산과 채권 등 개인자산일 수 있겠다. 역사적으로 정부가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정당한 보상을 보장해주기보다는 정부의 불법적 권력이나 부당한 조치에 권리를 침해당한 사례를 많이 보았기 때문에 정부와 사회가 자신을 보호해 주리라는 믿음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1인 가구는 자산형성 수준이 높고 낮음을 떠나서 취약한 가구 형태로 간주된다. 특히 50대 이상 1인가구의 상당수는 실직이나 이혼 등으로 가족해체를 겪은 사례이기에 사회로부터 단절될 위험이 높다. 그러한 경우는 환경 변화에 급격한 반응을 가져와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편이다.
그렇다면 개인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재산은 제한적 역할을 할 뿐이며 중요한 것은 자신이 속한 지역공동체의 문화와 주민과의 연대, 그리고 소통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지난 번 수도권을 강타한 폭우로 인해 막대한 재산손실과 인명피해가 발생했지만, 맨홀에 빠진 시민을 구한 주민들, 그리고 빗물받이 쓰레기를 치운 ‘강남 슈퍼맨’ 소식 등 폭우에서 빛난 의인들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구조 전문집단인 경찰과 소방 인력은 일상적 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상된 위험 확률에 대처할 수 있지만, 사회 전반에 들이닥친 위험에서 시민의 안전을 예방하고 구조하는 데 한계가 있다.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건물이 붕괴된 매몰현장에서 구출되어 목숨을 구한 사람이 약 3만1000명이었다. 경찰과 소방 인력이 구출한 사람은 4000명, 전체의 15%에 불과했다. 매몰자의 옆집이나 인근 지역의 주민이 87%인 2만7000명을 살려냈다. 지역의 사정을 잘 아는 주민을 통한 협력과 소통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사례이다.
2014년 이웃과 단절된 상태로 복지사각지대에 놓였던 송파 세 모녀의 자살 사건이 발생하면서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복지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시작했다. 찾아가는 동(洞)주민센터와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을 중심으로 주민의 자발성과 주체성, 협력성 등을 기반으로 지역주민이 일상생활 지원의 책임 주체가 될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하고자 했다. 그러나 정부의 계속성이라는 전문용어가 무색하게도 마을공동체 사업을 맡던 시민협력국은 지난 7월 폐지되고 말았다. 부서의 신설과 폐지·변경은 지방정부 권력자의 재량에 속하는 것이니 여기서 왈가불가할 일은 아니나, 한국 사회를 보다 건강히 만들기 위한 그간의 노력을 보다 새롭게 재평가하여 그 의도와 목적이 존중되어 한 차원 높게 실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