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통합의 에너지를 상실한 프로축구단 ‘성남FC’는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봤을 때 이른 시일 안에 해체나 매각돼야 합니다.”
신상진(사진) 경기 성남시장의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배어 있었다. “12년간 전임 시장들의 방임으로 추락한 시의 위상을 회복하겠다”며 산하·출자기관들의 예산 지출부터 바로잡겠다고 했다.
신 시장은 지난 22일 세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성남을 청탁과 이권개입이 발붙이지 못하는 누구나 살고 싶은 최고의 명품도시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체육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성남FC 매각설과 관련, ‘팀 해체’라는 초강수까지 언급했다. △성남FC를 둘러싼 특혜 의혹 △매년 110억원 넘는 혈세 투입 △연고 구단으로써 기능 상실 등을 이유로 꼽았다. 매각을 추진하되, 부진할 경우 전격 해단까지 검토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민간기업이 운영하던) 성남일화 시절에는 생활체육 활성화에 공헌하며 구심점 역할을 했는데, 그런 기능이 떨어지고 성적마저 곤두박질쳤다”면서 “축구계 입장과 달리 시 재정 책임자의 관점에선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다만, 신 시장은 매각 일정이나 인수희망 기업 접촉, 정리절차 등 어느 것 하나 확정된 건 없다며 시민 의견을 수렴해 빠르게 실행에 옮기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잰걸음에 나선 건 성남FC를 비롯한 산하·출자 기관들의 방만한 운영방식을 바꿔 예산 낭비를 막는 게 시정 정상화의 첫걸음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신 시장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매개인 성남도시개발공사 등 산하기관들이 좌파·진보 시민사회단체들의 의식에 매몰돼 있다”며 “앞으로 시민단체 지원의 형평성을 맞추는 등 중복예산을 줄이겠다”고 했다.
성남FC와 비슷한 처지인 성남시의료원의 경우, 민간의료기관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학병원보다 낮은 진료비를 내고 고품질의 의료서비스를 받되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신 시장은 “시립의료원 예산은 시에서 부담하므로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 밖에 다양한 시정 정상화의 로드맵은 시장 직속으로 출범할 상설위원회에 맡길 예정이다.
취임 두 달째를 앞둔 신 시장은 요즘 민생 현안 챙기기에도 분주하다. 최근 집중호우로 하천 범람과 산사태가 빈발한 성남시는 이날 전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그는 “수십 곳을 돌아다녔는데 철거민 이주지였던 원도심 산등성이부터 판교테크노밸리의 고급 오피스텔까지 곳곳이 피해를 보았다”며 안타까워했다.
최근 불거진 분당신도시 등 1기 신도시 주민들의 정부 주택공급 대책에 대한 반발에는 “시민들의 많은 바람 중 하나가 재개발·재건축이 빨리 진행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낙후된 원도심은 재개발을, 분당신도시는 특별법에 따라 재건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장 직속의 재개발·재건축 추진지원단이 중심이 돼 종과 용적률 상향 등을 이끌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신 시장은 서울대 의대를 다니며 노동운동을 한 ‘특별한’ 경험을 지녔다. 1980년대 빈촌이던 성남시로 넘어와 야학 교사로 일하다 노동 운동가로 변신했다. 의사가 된 뒤에도 의약분업 때 대정부 투쟁을 이끌다 4선 국회의원의 정치 인생을 걸었다. 그는 “1978년 겨울, 폐결핵 환자인 19세 청년이 공사장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고 급진 운동에 뛰어들었다”며 “남영동 치안본부까지 끌려가 고문도 당했지만 사회를 바꾸겠다던 결심은 변치 않았다”고 했다.
신 시장은 이런 결심을 토대로 재임 기간 성남시를 자폐인과 치매 환자 등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안심 도시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발달장애인과 치매 환자 등의 가족이 겪는 고통이 엄청나다”며 “이들을 방치하는 사회는 정상 사회가 아니다.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라고 힘줘 말했다.